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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퀴퍼, 우리도 할래요? -1 (feat.광주여성민우회)

전국퀴어모여라 2017. 8. 15. 14:55

 

광주퀴퍼,

우리도 할래요? -1 (feat. 광주여성민우회)

 

이번 서울퀴어문화축제는 여러모로 전퀴모에게는 의미가 깊었습니다. 키보드로 전국의 전퀴모님들에게 과도한 업무를 지시만 하던 재경이 광주로 돌아갔고, 그와 동시에 광주에서 민우회 사람들을 만나서 신나게 놀기 시작하더니, 까마귀날자 배 떨어진다고 광주에서 무지개버스까지 떠서 서울퀴어문화축제에 참여를 하였지요. 물론 그들을 서울까지 가게 바람을 이빠이 집어 넣었던 재경은 일을 핑계로 처 오지도 않았었죠. 그들이 처음 서울퀴어문화축제에 온 날, 전퀴모는 그토록 염원하던 무지개 깃발을 들고 퍼레이드에 참여하였습니다. 아, 그날의 감격은 잊을 수가 없지요. 정말 아름다웠어요 흙.

그 여운을 오래도록 간직하고자, 광주여성민우회 활동가들과 광주전퀴모임지기가 만나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아악 눈이 부셔!

1. 서울퀴어문화축제 어땠어요?

 

재경 : 얼마전에 서울 퀴어문화축제(이하 퀴퍼)가 끝났고 해서 그것 관련해서 이야기 해보면 어떨까 해서 모였는데요. 처음에 지금 민우회 활동가 분들도 계시고 전퀴모 분들도 계시고 하니까.

요즘 핫한 이슈가 혐오 아니겠습니까. 혐오에 대해 이야기 해봅시다.

광주에서 출발하는 무지개 버스 타고 이번에 퀴퍼 가신 분 손 한번 들어 주세요.

이렇게 아무님, 은하님, 도담님, 보통님 계시잖아요. 광주에서 출발하는 무지개 버스는 처음이었는데, 어댔는지 이야기 한번 해봐요.

다른 지역에서는 광주에서 무지개버스 간대니까 관심 폭발이었어요. 부산에서는 자주 왔었는데 다른 지역 에서는 거의 처음 이었죠? 전주에서는 있었나요?

 

진형 : 전주에선 없었어요.

 

로자 : 대전 민주노총 에서 아마 같이 올라 갔었을 거예요 작년에.

 

아무 : 저는 자랑스러웠어요. 그런데 기획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정체성들을 배려해야 한다는 것까지는 생각을 못한 거예요. 그냥 지역에 이런 것들이 이슈가 되고 관심을 갖는 것이 고무적인 일이고, 함께 하는 것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다 보니까, 놓친 부분이 많았던 것 같아요. (광주 무지개버스 안에서 자기소개를 했었다고 한다.)

 

재경 : 버스 안에서 소개를 했어요?

 

아무 : , 소개 했어요.

 

재경 : , 이름이랑 소속 같은?

 

아무 : 네네 그랬죠. 그러니까 소속이라는 것이 참 많은걸 내포 하고 있죠. '전퀴모 에서 왔어요'라고 말하는 것이 어려울 거라는 생각 자체를 하지 않은 것 같아요.

 

로자 : 개인 참가자들이 모여서, 같이 갈 수 있구나 라는 생각으로 지원하신 분들이 무지개 버스에서 뭔가 같이 할 수 있는 것들이 있었다면 좋았겠네요. 아무래도 지역 이라는 것 자체가 커뮤니티를 형성에 좋은 곳은 아니니깐요.

 

아무 : 그래도 퀴퍼에 다녀오신 분들이 성소수자 뉴스에 많은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어요.

 

재경 : 보통님은 어떠셨어요?

 

보통 : 제가 혐오넷(혐오대응네트워크) 민우회 담당자 거든요.

 

보통 : 뭔가를 혐오 하는 네트워크는 아닙니다 하하하. 제가 제안 해서 광주 무지개 버스를 하게 됐는데, 정말 무지한 상태로 한 거였죠. 사실 버스 안에서 소개하고 그런 것도 미리 조심해야 될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 하기는 했어요. 그런데 막상 자기소개를 시작하니까, 머뭇거리는 사람들이 생기는 거예요. 진짜 잘못 됐다고 생각 하진 못했어요. 그래서 아, 이런 부분들까지 다시 고민해야 하는구나. 그런 것이 최소한의 배려인데 싶은 생각이 들어서 무척 반성 하고 그랬어요. 아직 회의를 하진 못해서, 혐오넷의 다른 분들이 어떤 생각을 하시는진 잘 모르겠지만, 재밌는 부분은요. 처음에는 별 흥미가 없던 사람들이 퀴퍼 다녀오셔서는 둘만 모이면 그렇게 성소수자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 거예요. 완전 뿌듯한. ㅎㅎ

 

아무 : 맞아요.

 

보통 : 그런 면에서는 완전히 달라졌죠.

 

로자 : 일 준비 하시는 입장에선 사실 그런 반응만 봐도 되게 기운 얻고 그러잖아요.

 

보통 : 요즘 프로젝트를 하나 하고 있는데요. 여성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그런 프로젝트에요. 근데 이야기를 나누면 나눌수록 자꾸 퀴어 이야기가 나와서 ㅎㅎ 진짜로 민우회도 퀴어에 빠져 있고 저도 빠져있단 생각이 확실히 들더라구요.

 

재경 : 아 좋네요. 도담님 어떠셨어요?

 

도담 : 전 개인적으론 다시 깊은 생각을 하게 한 계기가 되었어요.

 

재경 : 그러니까 이런 명절이 더 있어야 한다니까요. 1년에 10번씩 있었으면 좋겠어.

 

로자 : 하지만 지갑은 점점 털리고.

 

재경 : 은하님은 어떠셨어요?

 

은하 : 저는 혼자 탔는데요, 다른 분들이 서로 아는 사이 같아서 혼자 외로웠어요. 으하하하 명절에나 보는 먼 친척이랑 같이 있는 기분이랄까요?

 

재경 : 또 그 얘기를 하고 싶었어요. 퀴퍼에 가면 우리를 싫어하는 분들이 먼저 우릴 맞아주잖아요? 이번엔 부스까지 차렸다면서요. 그분들이 신촌에서 퀴퍼를 열 때, 퍼레이드 차량 앞에 눕고 난리가 났었어요. 처음 느꼈던게 분노였거든요.

그래도 우리가 함께 있으면 단단한 보호막이 우릴 감싸고, 서로가 서로를 보호해 주는 듯한 그런 공동체 같은 느낌이 있어서너무 행복했어요.

 

로자 : 저는 그런 해방감을 느꼈던 게 이년 전 이었나. 퀴퍼가 처음으로 서울 광장에서 열렸을 때, "여러분 뒤를 돌아보십시오!" 그래서 뒤를 돌아보는데, 사람이 쫘아아악 서 있는 거예요. 예전에는 썬글라스까지 끼고 얼굴을 가리고 다녔는데, 그때는 내가 여기서 사진을 찍혀도 괜찮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대구 퀴퍼에 갔는데, 서울 퀴퍼에서 느낀 해방감보다는 분노만 가득했어요. 우리가 행진 할 때마다 양 옆에 따라와서 계속해서 계속 외치는 거예요. 그때 또 술을 마시다 가니까 열 받잖아요 그래서 "교회도 세금 내라!" 에이즈 때문에 막 나라 재정이 망가진다 하면 "너네가 세금 내!"그러고 다니다가. 정말 너무 열 받아서 (그때 당시 대전 살던 때라) 대전에 와서 시경 님이랑 술을 마시다가, 다음날 회사 연차 내고 안 나갔거든요.

올해는 되게 아이러니 했던 게 대구도 그랬고 서울도 그렇고 뭔가 자기네(혐오세력)들이 자체적으로 행사를 하더라구요. 물론 한쪽에서는 트럭에서 "동성애는 죄악입니다 동성애는 죄악입니다"같이 랩 같지도 않은 랩을 막 하고 우린 옆에서 "동성애는 최곱니다" 하고 맞받아치고. 근데 이게 나를 격렬하게 반대하는 세력이 주변에 없으니까 이게 나의 운동의 원동력이 되는게 아니라 오히려 그냥 축제구나, 이렇게 축제가 끝났구나 라는 생각에 되게 힘이 빠지더라구요.

 

아무 : 우린 굉장히 안전할 때 갔구나

 

로자 : , 그러니까 굳이 퀴퍼에 와서 대응 해 봤자니까, 본인들의 뜻만 전하면 되는 거죠. 그래서 올해는 이게 뭔가 평화로운 건가? 이게 축제로서 행진을 하는데 이게 축제로서 느낄 수 있는 건가? 하는 그런 불안감만 있지 해방감과 싸워서 이기는 그런 느낌이 없었어요. 대구도 그랬어요 대구도 막 따라와서 방해 하는 사람도 별로 없었고 그냥 조용히 줄 서서 피켓만 들고

 

진형 : 퀴퍼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단체 커밍아웃 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거든요. 그리고 이 커밍아웃을 못하게 하고 싶어 하는 게 혐오세력이라고 생각해요. 옛날에는 너흰 커밍아웃 하면 안돼, 뭐 이런 식이었다면 이젠 커밍아웃 자체에 불안감을 조성하는 방향으로 머리를 쓰잖아요. 이번에 보면 서울광장 안으로 들어와서 사진을 찍는 식의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았었어요.

 

재경 : 진수님은 이번에 안가시고 전에 한 번 왔었죠? 그때 어땠었어요?

 

진수 : 15년도에 갔었어요. 뭐 그냥 엄청 좋았어요. 늦게 가서 거의 퍼레이드만 참여 했는데. 거리에서 남자가 남자와 손을 잡고 자연스럽게 다는데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는 모습에서 해방감을 느꼈어요. 평소에 얼마나 억압 받고 있길래 저런 모습 으로도 해방감을 크게 느낄 수 있을까 하면서 아 이런게 있어야 사람들이 그래도 살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어요.

 

재경 : 벼리님은 퀴퍼 가 보셨어요?

 

벼리 : 스킵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