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퀴어 모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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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가웠어요, 전퀴모!

전국퀴어모여라 2015. 12. 10. 13:43

반가웠어요,

전퀴모!


마로(라잇온미)  




학교를 휴학하고 따분한 시간을 보내던 중에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의 소모임, <전국퀴어모여라>(이하 전퀴모)가 광주에 온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게다가 내가 소속돼 있는 <라잇온미>를 만나러 온다는 거였다. 전퀴모라는 이름도 생소했는데, 광주에서 모임을 갖는다는 게 더욱 놀라웠다. 서울에서 지방 사람들을 만나러 내려 오는 것이 흔치 않은 일이라 더욱 그랬다. 전퀴모에 대해서 알아보니 그동안 수도권 외에 지방의 성소수자를 위한 모임을 마련하고 직접 탐방도 하는 흥미로운 곳이었다. 라잇온미 내의 커뮤니케이션 팀장, 진리님의 강력한 영업으로 만들어진 좋은 기회! 놓칠 수 없었다.

드디어 만남의 날. 유학을 다녀오는 동안 라잇온미 활동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동아리에 대한 이야기를 할 게 없을까봐 내심 걱정했다. 게다가 라잇온미를 제외한 퀴어 모임은 또한 처음이라 긴장도 되었다. 

하지만 전퀴모 분들을 뵙는 순간, 그 모든 걱정들은 기우에 불과 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활기차고 적극적인 모습에 나도 서서히 긴장을 풀었고, 재밌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그간 우리가 해온 교내 홍보와 모집 방식, 지금 하는 활동들과 힘든 점을 이야기했다. 도움을 요청하면 물심양면 돕겠다는 말씀과 조언을 들었다. 각자 동아리 및 단체에 어떻게 가입하게 되었는지 묻고 답하며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것도 굉장히 흥미로웠다. 또한 우리에게도 든든한 동반자가 생긴 거 같은 마음이 들었다. 라잇온미 여대표 모모님도 나중에 합류해서 재밌게 얘기를 나눴다. 


멋진 전남대학교 전경★


광주라는 좁은 지역에서 성소수자라는 이름을 건 모임은 거의 라잇온미뿐이었는데, 이렇게 다른 자리를 빌어 그동안 겪었던 불편함과 답답함도 말할 수 있어서 조금 후련했다. 수도권에서 쓰는 용어는 지방 퀴어들은 잘 모른다는 것들도 알게 되었다. 대학교 졸업하면 꼭 서울 근처에서 살아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 다양한 이야기들을 나누다보니, 미리 준비했던 세미나룸 대여시간이 다 지났다. 3시간이란 시간이 전퀴모 분들께는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서로서로 즐거운 시간을 보낸 듯해서 뿌듯했다.

뒤풀이는이반 술집에 가게 되었다. 그곳은 주로 게이들이 모이는 곳이라서 처음엔 낯설게 느껴졌다. 하지만 편하게 서로의 취미나 활동, 커밍아웃 등 사적인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에 대해 알 수 있었다. 더 오래 있고 싶었지만 통금 시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자리를 빠져 나왔다. 정말 아쉬웠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오늘 모임에 대해 곱씹어 보았다. 라잇온미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고, 몰랐던 것들을 알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었다. 앞으로도 이런 기회가 자주 마련되었으면 좋겠다.


우리는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