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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이야기 - ‘소수자라서 행복하다’ 김조광수 감독 강연회를 다녀와서

전국퀴어모여라 2015. 4. 28. 09:00

‘어른’의 이야기

- ‘소수자라서 행복하다’ 김조광수 감독 강연회를 다녀와서


진수(전남대학교 성소수자 동아리 Lights on Me)


4월 21일 화요일, 중간고사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광주 518기념재단에서 진행하는 김조광수 감독 강연 '소수자라서 행복하다'에 다녀왔다. TV나 인터뷰에서 쉽게 접하는 공식적으로 커밍아웃을 한 동성애자로서 삶과 커밍아웃을 하고 과거와는 어떻게 다르게 살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거라고 생각했다. 

개인적으로 김조광수 강연에서 내가 기대한 것은 특별한 동성애자 김조광수의 이야기가 아니라, “어른” 김조광수의 이야기였다. 더 분명히 말하면, 졸업, 취직, 결혼 등을 앞둔 모든 것이 불확실한 성소수자가 아니라 이미 이 모든 것들을 겪은 성소수자의 이야기가 듣고 싶었다.

 강연회 장소에 도착하자마자 만난 것은 그들이었다. 강연회를 취소하라고 난리를 부리던 그들 말이다. 강연 며칠 전까지만 해도 계속 ‘강연회를 취소해라’, ‘시민의 세금으로 동성애를 조장하느냐’ 등의 항의가 계속 들어왔다고 한다. 내 존재에 대한 혐오를 면전에서 맞닥뜨렸을 때 어찌나 가슴이 두근거리던지. 논리적인 것이든 논리적이지 않은 것이든, 혐오로 들끓고 있는 그들을 지나쳐 강연회 장소로 들어갔다.


이쁜 언니들이 피켓을 들고 시위를 하고 있다. 안타깝다


나이보다 훨씬 어려 보이는 외모, 세련된 옷차림, 센스 있는 유머 때문인지 65년생, 84학번이라는 것이 실감이 나지 않았다. 강연은 김조광수 감독의 삶에 따라 진행되었다. “호모병”이라는 전염병에 걸린 줄 착각하며 살아왔던 유년시절과 혁명가로서 학생운동에 목 매였던 대학시절, 그리고 비합법적이긴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던 동성결혼을 한 지금까지. 영화 같은 삶을 살아온 영화감독이었다.

“어른” 성소수자, 김조광수 감독은 이렇게 말한다. “게이라서 행복하다. 왜냐면 스스로 삶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하고 그를 통해 스스로를 긍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뜻한 말이다.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게이인 것을 끊임없이 고민하고 납득하는 과정을 통해서만이 행복해질 수 있는 것은 왜일까? 정체성 때문에 고민하는 이성애자는 없지 않나?’ 이성애자들에겐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것이 성소수자들에게는  끊임없는 자기부정과 긍정을 거치고 나서야 습득되는 것들이다. 우리는 성정체성 때문에 불행한 게 아니라, 성소수자라서 겪는 차별과 편견 때문에 고통스러워한다. 같은 성소수자도 우리를 반대하고 혐오하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이성애중심적 사회에서 자기를 긍정하며 건강한 성소수자로 살아가는 것은 쉽지 않다.

김조광수 감독은 커밍아웃을 통해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자신에 대한 확신에 기반을 둔 커밍아웃은 주변인들에게 고민하는 기회를 주고 개인과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스스로에 대한 긍정과 사회의 인식 변화는 맞닿아 있다. 성소수자인 것이 문제이게끔 만드는 사회를 변화시켜야한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스스로를 부정하고, 벽장으로 숨어 나오지 않는 악순환은 사라질 것이다. “어른” 김조광수가 “어린” 성소수자들과 성소수자와 함께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전달한 짧은 메시지 속에 담긴 아주 사려깊은 의미였다. Lights on Me라는 전남대 성소수자 동아리의 이름처럼 다른 사람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빛을 비추는 것이 사회를 밝게 하는 첫걸음이자 최종목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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