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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성인 대전모임을 마치며 본문
행성인 대전모임을 마치며
레놀
지방에 살다 보니 행성인(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구 동성애자인권연대) 모임이 주로 서울에서만 한다는 제약 때문인지 시간을 내서 한번 참석하기가 쉬운 일은 아니었어요. 그런데 대전에서도 행성인 회원들과 노닥거릴 수 있다니! 이 얼마나 좋은 기회란 말인가. 소식을 듣자마자 모리님께 참석하겠다고 미끼를 덥석 물었습니다.
서울은 인구도 많고, 게이도 많고, 종로도 있고, 홍대도 있고 갈 데가 많아서 사람들 만날 기회도 많잖아요. 저도 놀 때는 서울까지 가는 경우가 빈번한데, 그래서인지 우리 동네엔 어떤 퀴어들이 살고 있는지 모르고 지내왔던 시간이 너무 길었고, 무디게만 생각해 왔던 것 같아요. 어느 분이 이렇게 좋은 아이디어를 내셨는지는 모르겠으나, 지방 곳곳에서의 퀴어모임이 시작되고 있다는 사실은 지방민인 저에겐 무척 기쁘기도 하고, 의미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성소수자는 대한민국 어디에나 존재하고 있으니까요. 퀴어적으로 너무도 고요한 대전에 두 분의 발걸음이 얼마나 소중하게 느껴졌는지… 또, 존재만 알았지 한번도 만나보지 못했던 대전의 다른 회원 분들을 만날 수 있어서 참 좋은 기회가 되었다는 생각도 들어요. 일 마치고 연락해서 편하게 한잔씩 잔을 부딪히며 어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서로 나눌 친구가 되도록, 언젠가 두 분이 다시 대전을 방문해 주실 때까지, 지역 내의 끈끈한 우정을 다져 놓겠습니다!!
혼자였을 때는 무서워서 엄두도 내지 못했던 대전의 게이바에도 다함께 다녀왔어요. 게이바라기보다 퀴어술집 같은 분위기었지만. 한쪽에서는 생일파티를, 한쪽에서는 레즈비언들끼리 조용히 담소를 나누고 있는 허름하고 어두운 당구장 같은 느낌이었어요. 흐흐. 아, 비가 오는 바람에 막걸리에 파전도 먹었답니다.
가장 재미있었던 에피소드를 꼽자면, 대전의 원도심인 은행동을 넷이 걷고 있을 때, 재경님께서 “우리 넷이 대전 시내 걸어다니면 그냥 걸커인거다.”라는 말을 하셨어요. 정말 말 그대로 대전에서는 다들 일반적인 옷차림에, 일반적인 머리모양이 대부분이라서, 우리 무리와 같은 사람들은 대전에 사는 저조차 반년에 한 두 번 볼까 말까 하거든요. 그런 와중에 우리가 택시를 탔는데, 나이 지긋하신 택시기사님께서 우리의 낯선 행색과 말투를 보고 도대체 뭐 하는 사람들인지 정말 궁금하셨었나 봅니다. 처음에 “예술 하시는 분들 이신가봐요”로 시작해서 교수님, 과학자, 방송인을 거쳐 내리기 전까지 명쾌한 답을 찾지 못하셨는지, 끊임 없는 질문을 쏟아내셨습니다. 그 상황이 너무 웃기고 재미있었어요. 그럴 만도 했을 거예요. 대전에서 이런 차림의 사람들 만나기가 쉽지 않았을 테니까. 하하하.
이번 모임을 마치고서, 서먹하면서 친하게 지냈던 모리와 드디어 제가 말을 놓게 되었습니다. 정말 기쁜 일이에요. 언젠가 꼭 만나고싶었던 재경님(담배피우는 모습까지 멋있어), 너무도 포근해서 처음 만난 것 같지가 않았던, 만나지 1분만에 팔짱 낀 코멧님, 오시길 기대했던 민수님, 비록 아직 뵌 적은 없지만 날짜를 착각하셔서 참석하지 못하신 J님, 그리고 뼛속부터 부치라는 새 타이틀을 얻은 뼈나님. 모두 다시 한번 만날 기회가 된다면 좋겠습니다. 식목일 기념으로 공원에 함께 심었던 ‘퀴어 로즈마리’도 잘 자라고 있는지 종종 소식 전하겠습니다! 이번 모임이 동인련이라는 이름을 벗어나 새롭게 출발하는 행성인의 의미처럼, 서울에서 각 지역으로 뻗어나가 대한민국 전체에서 어디에 사는 퀴어이더라도 함께 공유하고 교류할 수 있는 좋은 발판으로 삼아지길 간절히 바라고 기대하겠습니다!
식목일을 맞아 대전 한복판에 심은 퀴어나무. 공원 관리자에게 뽑히지 않기 위해 구석에 숨을 수 있게 심어놓아서 이름은 "히키코마리(히키코모리+로즈마리)"로 정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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