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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에서 앨라이까지-2

전국퀴어모여라 2019. 6. 26. 09:34

한남에서

-2

 

조신(광주여성민우회/전국퀴어모여라)

한남에서 엘라이까지-1 과 연결돼 있어요~ 

 

#커밍아웃 했습니다, 페미니스트로

멈출 수 없어! 

 

- 특히 강남역 살인사건이 가장 컸어요. 내가 밤에 택시를 타면서 무서울 리가 없잖아요? 여자들이 밤에 무섭다, 택시 탈때 번호 외워야 한다. 이런게 유난 떤다고 생각할 때도 있었어요. 먼 나라 이야기니까. 극소수의 사람들이 겪는 운 나쁜 이야기인줄 알았죠. 남자들이 밤에 안전한 건, “내가 이겨라는 생각을 내포하고 있는거죠. 내가 당할 일이 아니니깐요.

강남역 살인사건을 보면서 그녀들의 공포가 허상이 아니라 현실이라는 걸 깨달았어요. 아주 결정적인 계기였죠.

 

어떤 결정적인 계기요?

- ‘아 나는 페미니스트!’하게 생각하게 된? 이퀄리즘이 아니구나 하고 의심하던 찰나에 그 사건은 결정적이었죠. 그때 물어봤죠. 누나, 엄마들한테까지. 그런데 자질구레한 사건들이 다 있었던 거예요. 그냥 공론화 시키지 않았던거죠. “뭐 그게 큰일이야~”라고 대수롭지 않게 말하는 게 충격적이었어요.

어떤 남자가 내가 화장실에 가는데 오줌싸는 걸 찍을거라고 공포에 떨어요. 그게 차이죠.

학교에서는 그런 거 말 안해주잖아요.

 

남성 사회에서 페미니스트라고 말하기 힘들지 않아요?

- 그럼요~ 저도 성소수자분들처럼 상황에 따라서 커밍아웃해요. 하지만 여성분들과 함께 있는 데는 말 안해요. 훈장같은 느낌이 될까봐요. 여성들이 페미니즘 운동을 하는 건 본인들의 현실을 바꾸기 위거지만 나에게는 그것만으로 칭찬 받는거잖아요.

그래서 마초적이고, “남자가 이러면 안되지~” 이런 식으로 말하는 집단에 가서는 일부러 말해요.

그렇잖아요? 페미니스트라는 말로 그 운동을 하는게 아니잖아요. 실제로 그와 관련된 행동을 해야죠.

일부러 커밍아웃을 한다는 조신 

그래서 공부하면서 처음으로 성소수자를 만났을 때가 있었다면서요~

- 네 맞아요. 그때 깨달은게 많았었죠~

초보 페미니스트 겸 엘라이 시절이었어요. 한 선배가 술자리에서 다른 친구를 보고 너 여자친구 있냐묻는 거예요~ 그래서 당당하게 말했죠. 심지어 성적지향이라는 단어도 안 지 얼마 안됐을 때였어요.(지금의 조신의 모습으로 상상할 수 없다)

선배한테 당당하게 말했죠. “다양한 성적 지향이 있으니까 애인이라는 말을 대신 써라.”하지만 전 그 후배한테 당연히 여자친구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말했어요. 그리고 그 후배와 담배를 피우러 갈때 였죠. 그 후배가 처음 만난건데 놀랐어요. 형이 다양한 성적 지향 존재하니까 애인 있냐 물어봐야 한다고 한 것그래서 자랑스럽게 말했죠. “~ 요즘 공부하고 있어요.” 그랬더니 그 후배가 커밍아웃을 한 거예요. 너무 놀라서 눈이 커지는 걸 보이지 않으려고 눈을 피했어요. 놀랐다는거 내색하면 불편할거니까. 그때 단순하게 공부한 것과 삶은 별개의 일이라는 걸 깨달았죠. 단순히 저의 도덕적 우월감을 나타내려고 한 것 뿐인데 말이에요.

그 말을 했던 첫 번째 자리에 성소수자를 만났으니, 그동안 술자리는 천번은 갔을 텐데 그때도 많았겠구나, 그 사이에 너무나 자연스럽게 여자분한테 남자친구, 남자한테는 여자친구라고 물었구나. 무지해서 성소수자분들에게 상처를 줬구나, 그들의 삶이 유쾌하진 않겠다고 깨달았어요.

 

그래서 전퀴모 모임에서 놀릴때도 아무 말도 안한거군요?

- 그럼요. 이게 진짜 존재하는 성소수자와 차별과 비교가 안되잖아요. 그거 농담이고 놀리는 거잖아요. 그 상황 자체가 실제로 내가 그럴 존재로 취급할 가능성이 없다는 것인데. 슬프죠. 나한테는 농담인데, 성소수자에게는 삶이구나.

 

전퀴모 단톡방에도 안 들어오잖아요

- 맞아요. 내가 하는 일은 무조건 배려가 중심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나도 엘라이니까 단톡방 들어갈래요~ 이런 건 인권을 위하는게 아니라 나 자랑하는거죠. 특히 성소수자분들은 아웃팅에 대한 공포기 일상이니깐요.

 

#광주퀴어문화축제 음악담당?? 

 

정말 도덕적이네요! 광주퀴어문화축제때 음악 담당이셨다고요?

- . 바빠서 즐기지는 못했어요. 전 부스 전체 음악 담당했는데, 이게 좀 아쉬웠어요. 제가 퀸 노래를 엄~청 선곡해서 갔거든요. 제가 락음악 좋아하기도 하고, 뮤지션 중에 성소수자로 커밍아웃 하신 분들도 많으니까. 다들 알겠거니~ 하고 선곡해갔죠.

그런데 사람들이 다 모르는 거예요.(눈물) 호응도 없고. (눈물)

그 당시가 보헤미안랩소디가 개봉하기 전이었거든요. 조금 일찍 개봉했으면 이런 일도 없었을텐데 말이에요. 너무 아쉬웠어요.

 

그것은 잘못된 선택 

우린 아이돌인데.

- 그러니깐요. 내년에 더 분발해보겠습니다.(눈물)

 

광주퀴어문화축제 어땠어요?

- 참여하신 분들이 노래를 들으면서 춤추고 신나하는데 너무 즐거웠어요. 근데 좀 슬펐죠.

다른 느낌의 즐거움 같았어요. 1년에 몇 번 없는 나를 온전히 드러낼 수 있고 긍정할 수 있는 나와 비슷한 동지들이 있는 공간에서만 느끼는 해방감? 그래서 퀴어문화축제든 무엇이든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기회가 많아야 겠다고 생각했어요.

 

1년에 2번 가능?

- 아유~ 그건 힘들죠.

 

지금의 조신님을 만든 말이 있다면 뭘까요?

- “모르면 공부하자”, “모르는 분야에 말 한마디 얹으려고 하지 말자”? 그게 제 모토 같아요.

 

앞으로 전퀴모에서 자주 볼거죠? 

- 당연하죠. 행동하는 전퀴모의 성소수자로서 열심히 살겠습니다~

조신의 5주년 축하 메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