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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퀴어 모여라
성령충만 퀴어충만 광주성소수자성경읽기모임 본문
성령충만
퀴어충만
광주성소수자성경읽기모임
민혁/ JS(광주성소수자성경읽기모임)
광주퀴어성경읽기 모임은 2018년 결성되었다. 심심해서, 광주전퀴모임지기들 몇이 만나서 성경에 관한 책을 읽었던 것을 시작으로, 로뎀나무그늘교회 교인들이 하나, 둘 모이기 시작해서 지금의 멤버를 만들었다.
처음 만났을 때, 한눈에 봐도 교회 언니오빠들처럼 보이는 사람 여섯명이 모여서 카페에 둘러앉아 조용조용 보수 기독교를 비판하며 동성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은 무척 인상적이었다. 그래서 한번 만나 보았다.
각자 소개 해주세요~
민혁 : 광주에서 20년 살다가 서울에서 10년 살았어요. 서울살이 지쳐서 다시 광주로 돌아왔어요. 처음에는 답답하고 다시 서울로 가고 싶기도 했는데 지금은 적응해서 괜찮아요. 가족들도 다 있고.
JS : 광주 토박이고 교회에서는 전형적인 교회오빠(?)처럼 살고 있습니다. 저는 기회가 되면 서울에서 살아보고 싶어요.
두분 다 로뎀나무그늘교회(이하 로뎀) 교인이시죠? 어떻게 교회에 가게 되었어요?
민혁 : 인터넷으로 찾았죠. 군대에 갔다와서 더이상은 성소수자인 걸 숨기고 살 수 없겠다 싶더라고요. 그때 찾았던 단체가 두 곳이었어요. 하나는 제가 다니던 학교의 성소수자 동아리, 다른 하나가 로뎀이었어요. 학교의 성소수자동아리는 저랑은 잘 안맞았어요. 그래서 로뎀으로 찾아갔죠. 웃겼던 건 로뎀 사이트가 20대 초반에 이미 검색해본 적이 있던 곳이더라고요. 어쨌든 찾아갔었죠.
JS : 28살에 로뎀의 존재를 알았지만, 29살에 처음 갔어요. 전 벽장이거든요. 교회에서 성소수자혐오 발언, 엄청난 봉사들에 질려가고 있었어요. 어느 주말 아침에 갑자기 모든 봉사를 내려놓고 기차타고 서울로 와버렸어요. 물론 전날에 부모님과 싸운 게 한 몫 하기는 했었죠.
처음 갔을 땐 어땠어요?
민혁 : 낯설었죠. 그래도 성소수자 기독교인들이 모여 있는게 너무 신기했어요. 서로 친해지고, 이해하게 되면서 많이 편해졌죠. 처음 갔을 때가 토요일 예배를 드릴 때였는데, 주일날에는 원래 다니던 교회로 가시는 분들고 있고 그랬어요. 저도 그런 쪽이었고요. 원래 다니던 교회 청년회장을 하면서 로뎀을 쉬다가, 광주로 내려오게 되었죠.
처음 광주에 왔을 때는 로뎀 같은 데가 있겠거니, 했는데 없으니까 얼마나 당황스러웠던지. 광주에서도 일반 교회에 갔는데, 짜증이 나서 나와 버렸어요. 지금은 커밍아웃 할 수 있는 편한 교회를 알게 돼서 쭉 다니고 있어요.
JS : 처음 로뎀에 갔을 때 정말 떨렸어요. 주소도 미리 확인했고 교회에서 하는 프로젝트도 인터넷으로 신청도 다 해놨거든요. 그런데도 처음 가는 퀴어 커뮤니티라 막 떨려서 교회 올라가는 계단을 몇 번이나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망설이고 그랬었어요. 좋은 분들과 함께 예배드리는 것도 너무 좋았고 가장 좋은 건 나 자신을 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있을 수 있다는게 가장 편안하고 너무 행복했어요,
그 심정 알것 같아요. 근데 두분 다 군대에 다녀오셨군요? 너무 힘드셨겠는데요?
민혁 : 군대에서 생각할 시간이 많았어요. 동성애자로서의 삶에 대해 기도도 많이 하고 고심도 많이 했죠. 우리의 주님은 사랑의 하나님이시고 죄를 갖고 있다고 해서 혐오하고 차별하지 않는데, 왜 내가 다니는 교회에서는 내가 나쁜 사람이고, 구제 받을 수 없는 사람처럼 이야기할까. 내가 선택한 것도 아니고, 타고난 건데 말이에요. 왜 내가 의식적으로 다른 사람들처럼 행동하며 살아야 할까 고민도 했죠.
한참을 고민한 끝에 이런 결론을 내렸어요. “나를 만드신 분은 하나님이고 나는 게이로 태어났고, 내가 죄라면 하나님이 날 잘 못 만드신건데, 그럴 리가 없으니까 나는 잘못 된 게 아니다.” 그래서 성소수자 기독교인으로 살아가자고 결심했죠.
JS : 군대에서 계속 “이성애자로 변화를 시켜 달라” 고 기도 했어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려주는 사람도 없고, 교회에서도 계속 잘못됐다고 하니까 존재하면 안되는 사람같았죠.
교회 나쁘다 진짜. 그래서 광주퀴어성경읽기모임에 들어오신 거예요?
민혁 : 네 맞아요. 광주에 기독교인 커뮤니티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이사를 왔는데, 아는 사람도 없고, 인터넷에도 안나오고 말이에요. 그래서 로뎀의 도움을 받았죠.
JS : 맞아요. 일반 성소수자 모임 나가보면 거의 대부분 술을 마시잖아요. 저는 술도 못 마시니까 사람 만나기도 힘들고, 또 어릴 때부터 교회에 다녀서 교회가 익숙하기도 하고 워낙 교회에서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서 좋은 기억도 있고, 일반 성소수자모임보다 더 편안함을 느끼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민혁 : 맞아요. 모르는 사람을 만나서 아웃팅을 당할거라는 무서움같은 건 없었어요. 모임을 알려준 게 목사님이었으니까요. 그래서 처음 갈 때 기대 많이 했었어요. 여성 성소수자분들도 만날 일이 거의 없었고. 저는 섬돌향린교회가 있는지도 이 모임에 와서 알았어요.
처음 모임 이후에 당시 로뎀 목사님이 물어보시더라구요. 그래서 “기대 많이 했었는데, 기대 했던 것보다 더 좋았다” 라고 대답했어요.
JS : 처음에 낯설었는데, 성소수자 기독교인이라는 공통분모가 있으니까 이야기 하는 것도 공감되고, 편안했어요. 광주에서 이런 얘기를 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 못했거든요. 서로 아웃팅을 할 걱정도 없었고, 같은 성소수자였으니까.
JS님 얘기에 공감해요. 성소수자 기독교인이면 커밍아웃을 두번 해야해요.
민혁 : 같은 성소수자분들이라고 해도 교회 다닌다고 하면 갑자기 말을 피하거나 회의적으로 보는 경향도 있는 것 같아요.
JS : 맞아요. 우리를 비난하는 공동체에 왜 있냐는 말을 들어요. 진짜 우린 소수자 중의 소수자인 것 같아요.
요즘같이 보수 기독교에서 동성애를 못 잡아먹어 안달일 때는, 되게 혼란스럽잖아요.
민혁 : 그렇죠. 인터넷에서 동영상 찾아보면 말도 안되는데 억지로 비판하거나 비난하는 경우 많아요. 진짜 힘들죠. 그래서 군대에서 나 혼자서 기도를 하며 결론을 지었던 게 정말 중요했었던 것 같아요.
좋은 결론인데요?
JS : 저도 모태신앙이에요. 하지만 교회 안에서 받아들여지지 않는 존재죠. 커뮤니티 나오기 전에는 늘 교회에서 들키면 안된다는 두려움을 가졌어요. 내가 사랑하는 공동체에서 저를 배척하고 있으니깐. 내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공동체가 나라는 존재에 대해서 자세히 알면 버려질 수 있을 것이다는 공포가 어마무시했죠. 그런 배경이 지금의 저의 성격에도 아직 남아 있는 것 같아요.
민혁 : 사람이 소심해지고. 나를 속이고 기만한다는 느낌도 들고.
JS : 내가 진실되지 않은 것 같고. 내가 이 사람과 친해지려면 나를 공유해야 하잖아요. 하지만 우리는 어느 순간에 멈춰야 하니깐.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자신감도 없고요.
민혁 : 가장 친한 친구도 커밍아웃 하면 전같을 수 있을까.
성소수자/종교와 관련된 모임은 서울에 모여 있잖아요. 답답할텐데 광주에 계속 사는 이유가 있나요?
민혁 : 없어요. 상황이 되면 가고 싶기도 한데, 지금은 광주가 편해요. 아직 다른 데로 갈 생각은 없어요.
JS : 기회가 되면 서울에서 생활해 보고 싶어요. 편안하게 다닐 수 있는 교회도 있고 게이 라이프는 어떤지 경험해 보고 싶어요
2018 광주퀴어문화축제(이하 퀴퍼)에서 우리를 반대하는 기독교 세력들을 한무더기 만났잖아요. 어땠어요?
민혁 : 광주에 처음 와서 갔던 교회가 생각났어요.
처음 간 곳이 대형 교회였어요. 대형교회를 갔던 건, 조용히 예배만 드리고 싶어서였거든요. 일단, 당연하다는 듯 목사님은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부터 시작했었죠. 그때까진 뭐 그러려니 했는데, 청년부의 조모임에서 있었던 일때문에 그만 나가게 되었죠. 카톡방에서 차별금지법 제정반대에 서명을 하라는 거예요. 의무라며, 꼭 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때 카톡방에 있던 20대의 사람들이 모두 서명을 한 거죠. 자신의 주관을 가지고 반대를 한다면, 논쟁을 벌일수도 있었겠지만 영혼없이 교회에서 하라고 하니까 한거라면… 끔찍하죠. 그래서 카톡방을 나오고, 교회도 나가지 않았었어요.
퀴퍼때 반대 세력들 중에서 청소년이나 20대로 보이는사람들을 많이 봤어요. 그 친구들에게 직접 물어보고, 이야기를 듣고 싶었어요. 왜 반대하는지, 궁금했어요.
그리고 기도해주고 싶더라고요.
전투천사가 되었군요.
JS : 반대 세력들은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동원된 사람도 있었을 것 같아요. 오후예배 끝나는 시간에 맞춰서 갑자기 인원이 확 늘어나더라고요. 그래서 오후 시간부터는 퀴퍼 자체를 못 즐겼어요. 광주토박이라 직장이나 아는 사람들을 만날까봐 걱정이 됐는데 실제 참가자들이 아니라 관찰하는 사람들 중에 아는 얼굴들이 보여서 당황했어요. 거의 행사장 안으로 들어가지는 못하고, 주변을 배회했어요.
반대 세력들 주위에 있었겠네요?
JS : 네. 거의 그랬어요. 반대하는 사람들끼리 이야기 하던 것 중에 우연히 “본인들도 어쩔 수 없어서 저렇게 사는 것은 아닐까?” 라고 하는 말을 들었어요. 반대하는 사람들 중에도 강하게 반대하는 사람이 있지만 그 안에는 그렇게 살 수 밖에 없는 특별한 이유가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어서 신기했어요.
팬티집회라고 피켓 들고 있었는데, 팬티 입은 사람은 하나도 없었죠?
JS : 맞아요. 반대 세력들이 “팬티집회 OUT”이라는 피켓을 들고 있었는데 다들 옷차림이 너무 얌전해서 당황한 것 같더라고요. 극단적으로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성소수자를 처음 만나보고 본인이 평소 생각한 것과 다른 부분들을 느낀 사람들도 있었을 것 같아요.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는, 자신의 주변에 없어서 경험하지 못한, 미지의 세계에 대한 두려움 같은 것이 아닐까요?
민혁 : 맞아요. 자기 주변에 없다고 생각해요. 특히 자기 자식은 절대 아니라고 생각하죠.
아닐텐데. 교회 다니는 성소수자가 얼마나 많은데.
JS : 주변에 모델도 없고요. 교회 내에서 성소수자들이 커밍아웃을 하면 좋겠지만, 거기에 따른 불이익도 너무 심하고.
민혁 : 맞아요. 교회에서 커밍아웃은 이득이 없어요.
JS : 공감과 지지도 얻기 힘들고. 그래서 퀴퍼때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피켓을 들고 싶었어요. 예수님은 혐오하고 배척하는 분이 아니셨잖아요. 보수 기독교인들이 진짜 예수님의 모습을 돌이켜봤으면 좋겠어요.
민혁 : 기독교는 동성애에 대해서 엄청나게 비난을 해요. 자기는 절대 동성애자가 아니니, 더 편하게 비난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도둑질 간음같은 건 목회자들도 많이 하니깐요.
한국 교회에 대해서는 참 서운한게 많죠. 그 말에 동감해요. 사랑의 예수님을 늘 기억했으면 좋겠어요. 두분은 앞으로 광주에서 하고 싶은 일 있어요?
민혁 : 광주퀴어성경읽기모임의 사람들이 많아져서 같이 기쁨을 나누면 좋겠어요. 전 이 모임이 있어서 너무 좋았거든요. 편하게, 어떤 순간에서도 나의 존재를 부정당하지 않는거 너무 좋잖아요. 7월부터는 <무지개신학>을 읽을 거예요. 많은 사람들이 와서 같이 읽었으면 좋겠어요.
JS : 맞아요. 정말 위로가 되는 모임이어서 너무 좋아요. 우리가 1년동안 책도 읽고, 영화도 보고 그랬잖아요. 같이 성서에 나오는 성소수자 이야기들도 읽고. 이번에 읽은 <성경의 시대착오적인 폭력들> 을 읽으면서 성경에서 얼마나 많은 편견이 있었는지 알게 돼서 재밌었어요.
앞으로도 성소수자기독교인이라는 공통분모로 더 나은 교회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그 말에 동감합니다. 오늘 너무 수고 많으셨어요.
* 광주성소수자성경읽기모임 참여 신청 : 이메일 queersgj@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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