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퀴어 모여라

[전퀴모아카이빙]퀴어는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있다. 그리고 여기에는 츼팍이 있다. 본문

전퀴모 이야기/전퀴모 아카이빙

[전퀴모아카이빙]퀴어는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있다. 그리고 여기에는 츼팍이 있다.

전국퀴어모여라 2022. 2. 23. 14:06

퀴어는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있다. 그리고 여기에는 츼팍이 있다.

 

인터뷰어 : 레놀

인터뷰이 : 츼팍

 

츼팍님이 참여한 행사 후기와 쓴 글 

1. 전국 퀴어 모여라 '대전 산책'
2. 대구, 쉼표 - 또 하나의 쉼터가 될 대구를 다녀오며
3. 내년 대전 퀴퍼 콜?

 

전퀴모 대전모임에 가면 반드시 만날 수 있었던 대전의 명물 츼팍님. 요즘 근황이 어떤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오랜만에 츼팍님과 인사 나누는 시간을 가져보았습니다.

 

요즘은 어디서 지내시나요?

군산에서 애인이랑 같이 지내고 있어요. 1년째 쉬어가고 있는 중이랍니다. 집안일 하고 설거지 하고 청소하고 어영부영 1년이 지났네요.

 

군산에는 언제 오신 거에요?

애인과는 3월에 만났는데 그때 제가 쉬고 있어서 왔다 갔다 하면서 지내다가 10월쯤에 완전히 이사했어요. 살던 곳이 저와 잘 안 맞았거든요. 이사를 자주 다니기도 했고 정이 잘 안가는 느낌이랄까? 상황이나 시기적으로 그랬던 것 같아요.

 

그럼 군산은 어때요?

군산은 너무 좋죠. 애인이랑 같이 사니까. 군산에 이쪽 사람들이 많다거나 하는 것은 아닌데 소규모의 사람들 가운데 사람들도 다들 나쁘지 않고 사는 것도 괜찮은 것 같아요. 단지 바닷가가 제가 생각하는 바닷가와는 약간 다른 느낌일까요?

 

그건 어떤 느낌인가요?

제가 생각하는 바닷가의 이미지는 제주도 바다인데요. 제주도에 꿈이 있거든요. 그런데 제주도는 가서 살기에는 쉽지가 않으니까요. 지난번에 제주에서 한 달 살기 할 때 제주에 살던 형이 한 달 먼저 살아보라고 해서 살았던 것이거든요. 지금 생각하면 좋은 경험이었네요.

아무튼 그래서 저는 1년 쉬게 되었고 요즘에는 소일거리로 이것 저것 배워볼까 하고 알아보고 있는 중입니다.

 

츼팍님이 사랑하는 제주도 바다 Copyright©츼팍

팔방미인이시니까 뭘 해도 잘 하실 거에요.

감사합니다.

 

수도권이나 다른 곳으로 가고 싶다거나 그런 생각은 없어요?

지금은 없는 것 같아요. 군산에서 오래 좀 있지 않을까 해요.

 

저는 안정적이고 만족스럽고 하면 굳이 수도권에서 살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을 나이 들어가면서 하게 되더라구요.

맞아요.

 

츼팍님은 어떤 전퀴모 행사들에 참여를 하셨었나요?

저는 대전에서 한번 열렸을 때랑, 대구에서랑 그렇게 두 번 참여했던 것 같은데 맞나? 기억이 안 나네요.

 

제가 기억하기로는 대전에서 하는 모든 행사에 참여하셨어요! 대전에서 했을 때는 츼팍님께서 진행요원으로 계셨잖아요.

아 그렇죠. 영화제도 했고, 술자리에 술 먹으러도 갔었고, 대전 행사랑 대구 행사랑 행성인 대전지부에서 부모모임도 한번 했고. 그런 몇 가지 행사들을….

 

몇 가지가 아니라 대전에서 한 모든 행사에 참여하신 것 같은데요?(웃음)

네! 대전은 다 참가했던 것 같아요.

 

츼팍님께서 여기저기 술자리에도 많이 참석하시고 그때 활동을 대단히 열심히 하셨던 것으로 기억을 하거든요. 가장 재미있었던 것은 뭐가 있었어요?

처음에 제가 가입하는 날. 대천에서 술 마셨던 모임? 그리고 대전에서 와인 페어 할 때도 재미있었고.

대천의 바다 사진은 없으므로 가장 비슷한 분위기로 골라보았다 Copyright©최팍

그랬군요. 일단은 술이 있는 곳을 좋아하시며….

그렇죠. 일단 기본적으로 그때는 술을 한창 좋아했던 것 같아요.

 

좋습니다. 그럼 전퀴모는 츼팍님에게 어떤 의미였나요?

내 인생에서 가장 퀴어적이었던 때였던 것 같아요. 퀴어라는 것에 대해서 부끄럽지 않고 자신감과 만족감이 있었던 것 같아요. 이전에는 약간 끼리끼리만 놀고 그랬잖아요. 그러다가 전퀴모를 같이 하게 되면서 내가 퀴어로서 활동을 한다에 대한 뿌듯함과 자부심이 생겼었어요. 그래서 내가 그나마 내 인생에서 가장 퀴어적으로 나를 많이 내 보일 수 있었던 때였던 것 같아요.

 

처음에 츼팍님이 대전 산책 후기로 글 썼을 때인가 뭐라고 했었냐 하면 처음에는 전퀴모가 그냥 술마시는 모임인줄 알고 가입을 했다고 했었거든요.

맞아요. 그냥 술 마시는 모임인 줄 알고 들어왔는데 퀴퍼도 가고, 뭔가 행사를 많이 하더라구요.

 

근데 행사를 하는 시간보다 뒤풀이 시간이 늘 더 길었잖아요.

그렇죠 뒤풀이를 하기 위해 행사를 하는거죠. 그게 커뮤니티죠.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 위한 그런 이벤트적인. 그래서 거기서도 자부심을 느꼈던 것 같아요. 내가 이렇게 사람들을 모으고, 서로 모이게 해 줬다. 지방에서 외로이 떨고 있던 퀴어들을 끌어내서 술자리를 한번 했다! 그런 거 아닐까요?

 

가슴이 뭉클하네요.

그때 왔던 사람들이 가장 이야기를 많이 했던 게, 모일 수 있는 포인트나 행사가 없었어서 못나왔다는 후기가 되게 많았잖아요? 그래서 그런 계기를 만들 수 있는 행사들을 많이 해서 뿌듯해요.

 

츼팍님께서 전국적으로 많은 영향을 미치셨네요. 그렇다면 반대로 전퀴모가 츼팍님께 미친 영향이 있나요?

전퀴모랑 행성인 활동을 같이 했으니까. 우리 퀴어 인권에 대해서 약간의 관심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아요. 왜냐하면 전에는 퀴퍼를 간 적도 없고 이런 종류의 행사를 가 본 적도 없었으니까요. 전퀴모를 하면서 조금이나마 인권에 대해서 생각을 하게 된 계기가 되었죠.

 

계기만 되었나요?(웃음)

계기가 되어서 여러 사람들에게 후원을 하라고도 했죠. 근데 제가 주변에서 그렇게 활동을 많이 하고 그런 건 아니잖아요?

 

무슨 소리에요! 제일 열심히 활동하셨어요!

아, 그래서 제가 아는 주위의 몇몇 사람들은 저를 인권운동을 했던 아이다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계시더라구요.

 

사실이니까요! 그럼 그때와 지금과 세상을 보는 시각이나 이런 게 좀 달라지는 게 있던가요?

전퀴모를 하기 전에는 생각보다 사람을 만날 수 있는 통로에 대해서 많이 생각해보지 못해봤고 나가보지도 않았었으니까 잘 몰랐는데, 전퀴모를 하고 나면서 많은 사람들을 알게 되고 인맥도 넓어졌죠. 어디에나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 같아요. 어디에도 있고.

 

그렇다면 전퀴모를 하시면서 힘들었다거나 고민되었다거나 아쉬웠다거나 하는 점이 있나요?

처음에는 안 해봤던 일이라 행사진행이나 이런 부분이 걱정이 되었었는데, 한 두 번 하니까 어느 정도 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아쉬웠던 것은 레놀이나 시경님이랑 같이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 한정적이니까 일 분배에 있어서 약간 아쉬움이 있었다는점? 일손이 부족했다는점이 있겠네요.

그리고 대전에서의 행사는 우리가 해 낸다 하더라도, 대전 이외의 행사에서 우리가 가서 도와줘야 하는 상황이 생기기도 했거든요. 그게 싫었던 것은 아닌데 그쪽에서 주체적으로 되어서 도와주는 형식이었으면 부담이 덜 되었을텐데 그게 잘 안되었던 것 같아서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거 말고는 괜찮아요. 항상 좋았으니까요. 그때는 다들 으쌰으쌰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그랬겠네요. 활동하면서 좋았던 점은 있으셨나요?

내가 활동함으로 인해서 다른 사람이 나와서 서로 얼굴 보고 이야기 할 수 있게 해줬다? 이것에 뿌듯함을 많이 느꼈어요. 이런 게 아니면 레즈비언이고 게이이고 그런 LGBTQ가 모여서 이야기 할 수 있는 그런 장이 없었으니까요. 한 성적정체성과 한 성적지향으로 치중되지 않고 말이에요.

 

가장 잘한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가장 잘한 건 아무래도 대전산책이 아닐까요. 저희한테는 가장 메인 행사였던 것 같아요. 그것으로 인해서 대전에도 이렇게 사람이 많구나 라는 것을 알았으니까. 그게 벌써 5년 전이네요.

 

아름다웠던 <대전, 산책>

그렇네요. 그럼 마지막 질문입니다. 츼팍님께서는 퀴어 커뮤니티에서 어떤 사람들을 만나고 싶나요?

전퀴모에서라면 누구든 상관없지 않을까요? 다들 외로웠을 것이고, ‘서로 잘 지내?’하고 인사하기도 하고, ‘오늘 마라탕 한 그릇 할까?’ 할 수 있는 가깝게 지낼 수 있는 사람을 만났으면 좋겠다 싶은 거죠. 알지 못했던 내 주변의 소수의 퀴어들을 만날 수 있다면 그게 가장 좋은 것 같아요.

 

근처에 사는 사람들. 편하게 만날 수 있는 사람들?

동게(동네게이). 그러니까 동게죠 동게.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예를 들어 그런 것이구요. 대전에서의 레놀과 시경님과 샹챠이님과 같은 그런 관계, 서로서로 챙겨주고 잘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그런 관계요.

 

저도 그 말씀 들으니까 많은 공감이 되네요. 한동안 활동을 하지 않는 동안 말씀하신 그런 관계의 포지션에 있는 친구들의 자리들이 공백이 되어 버리더라구요.

그렇죠. 오늘 뭔가 추억여행을 한 것 같네요.

 

그렇네요. 오늘 인터뷰는 여기까지 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