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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퀴모 이야기/전퀴모 아카이빙

[전퀴모 아카이빙] 더 넓게 바라볼 수 있도록

전국퀴어모여라 2021. 9. 13. 15:39

더 넓게 바라볼 수 있도록

이벼(전국퀴어모여라)

 


이벼님이 참여한 전퀴모 행사와 후기


1. 2014 광주 방문
2. 2014 서울 퀴어퍼레이드 지도프로젝트 
3. 전퀴모 퀴어클레이드 카드
4. 대전 퀴어영화 특별 상영회 <불온한 당신>
5. 2015 서울 퀴어퍼레이드 지도프로젝트
6. 2019 서울 퀴어퍼레이드 지도프로젝트
7. <퀴어-되기> 워크숍 in 광주
8. 2020년 <퀴어-되기> 영상

 

1. 본인이 참여한 행사 중심으로 행사 참여 전에 어땠는지 뭘 기대했는지 실제로 참여했을 때 어땠는지, 그 이후엔 어땠는지?

 

저는 전퀴모가 초창기 서울 활동을 할 때 주로 참여했었는데요, 수다회, 소규모 모임, 추석 지내기 등 소소한 모임을 위주로 참여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저는 꽤 어렸고, 특별하게 '활동'이라는 것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고 재미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해서 시작한 것 같아요. 큰 시간을 내어 어딜 가지 않아도 퀴어들이 쉽게 모일 수 있는 장소들 사이에 자랐지만, 그럼에도 저는 벽장이었어요. 성소수자로서의 동질감과 다른 정체성의 사람들에 대한 궁금증으로 전퀴모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고, 서울에서 열리던 작은 모임에 참여하며 나와 비슷한 마음 혹은 비슷한 상황에 있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어 위안을 얻어왔습니다.

 

마음가짐이 조금씩 달라졌던건 전퀴모가 지역 모임을 본격적으로 진행하면서부터였던 것 같습니다. 전퀴모가 서울이 아닌 타지역구 단위로 활동하기 시작하면서 일종의 책임 의식을 느끼게 되었고, 반면에 비록 제가 직접적인 활동보다는 얼굴이 잘 드러나지 않는 일(행사 홍보용 포스터, 웹자보, 카드뉴스, 퀴퍼 로고, 퀴어라이브 스티커를 제작하는 등)을 하다보니 전퀴모에서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해를 거듭하며 저를 둘러싸고 있던 가치관도 조금씩 바뀌면서 정체성과 활동 자체에 대한 고민 또한 끊임없이 들었구요. 하지만 결론적으로 보았을 때 전퀴모를 통해서 퀴어라는 단어 의미의 확장을 기대한 것 같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고민을 시작으로 점차 퀴어 이상의 정체성에 의미를 두기 시작했어요. 처음엔 성소수자로 잘 살아갈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했다면 지금은 그것을 떠나 한 인간으로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네요!

 

전퀴모 아니었으면 무슨 활동을 했을지 감이 안잡히는군요!

 


2. 전퀴모가(전퀴모 행사가) 당신에게 미친 영향은?

 

1번의 대답을 이어서, 인간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혀주었습니다. 세상에는 다양한 정체성을 지닌 사람들과, 혹은 정체성에 대해서 끊임없이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음을 알았고 아직까지도 유효한 말로, 정체성은 유동적이다라는 것을 확신하게 해주었어요. 그리고 커뮤니티의 중요성과 즐거움을 무엇보다도 확실히 알려주었고요!

저는 꽤 오랜 시간을 혼자 활동하고 있어서 이 즐거움을 잘 몰랐던 것 같은데,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그룹이 존재함을 알았고 그것이 서로 특별한 관계가 아니더라도 감정 공유가 가능함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혼자서 무언가를 할 수 있는 것에는 한계가 있고 연대의 힘을 알려주었던 것 같아요. 즐거움은 여기서 나오는 것이더라구요. 아무쪼록 긍정의 에너지를 많이 얻어갔습니다.

 

 

전퀴모에서 진행하는 각종 행사, 카드뉴스 등의 이미지 디자인

 

 

3. 전퀴모 활동을 하면서 들었던 고민 / 활동의 권태기가 있었는지?

 

내가 전퀴모에 과연 계속 있어도 되는가. 이 고민을 꽤 오랫동안 했습니다. 절대적이라 생각했던 가치관이 흔들리면서 전퀴모 생활에도 큰 영향을 줬었어요. 전퀴모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더이상 없다라는 생각도 많이 했고 그만큼 나도 예전에 비해 많이 바뀌었고, 활동하면서 가장 중요하다 생각하는건 활동이 재미있을 때의 마음가짐인데 그 마음가짐이 동일하게 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억지로 억지로 이끌어간 적도 많았던 것 같아요. 모든 것을 일로 생각하며 진행하고 사람을 일로 대하고.. 동료들한테 분명히 이런게 티가 났을텐데 또 말은 깊게 안하고 있었고, 여러모로 겁이 났었습니다.

웃긴건, 이렇게 겁내지 않아도 됨을 전퀴모가 또 알려주었어요. 특히 이번엔 같은 창립 멤버에게 이 고마움을 알려주고 싶네요. 다르지 않고 달라도 괜찮다는 것을 알려준 것과 다름없었어요. 이것이 지금까지의 활동 원동력이 되지 않나 생각합니다.

 

 


4. 수도권/비수도권에(본인이 지금 사는 곳) 사는 이유는? 다른 곳이 아닌 여기에 사는 이유?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간다면 어디로 가고 싶나요?

 

저는 어떻게 보면 전퀴모와 참 맞지 않는 사람일 수 있습니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수도권을 거의 벗어나본 적이 없고, 심지어 독립해본 경험도 거의 없다고 볼 수 있거든요. 그래서 활동 초창기만 해도 지역 커뮤니티의 중요성에 대해 잘 이해하지 못한 것도 사실이에요.

알다시피 수도권에는 다양한 행사들이 열리고 모임도 많았으며 사람을 만나려 해도 인구 자체가 많으니까 누군가를 선택적으로 만나도 괜찮은 상황들이 많았던 것 같아요. 그리고 나름의 익명성도 보장되니까 별다른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실제로 계속 수도권에서 살고 싶단 생각을 했고요! 누릴 수 있는 건 다 누리자는 느낌으로? 그렇지만 시각을 조금 달리하여, 이것이 어쩔 수 없다는 이유로 한 지역에 몰려있다는 것을, 그리고 이것이 달리 보면 불균등임을 깨달은 건 다른 지역의 사람들을 만나면서부터였습니다.

18년도에 스스로 타지에 가서 살아보니, 수도권이 세상의 전부가 아니었고 외국 사람들 또한 만나니까 제가 얼마나 좁은 시야로 있었는지 알게 되었어요. 같은 한국이지만 언어부터 다르고 미묘하게 문화도 다르고. 대중교통 상황도 달랐고 주변 인프라조차 마땅치 않았던 지역에 있으니 모임에 대한 갈망이 자연스럽게 생기더라구요. 그래서 가급적 모임이 있던 곳에는 시간이 되는대로 참여하러 다녔던 기억이 나요.

현재는 현실적인 여건으로 인해 본가에 계속 있지만 만일 다른 곳에서 살 수 있다면 지역을 크게 염두하지 않고 즐길 거리가 많은 곳에 있고 싶네요. 없다면 전퀴모 활동을 하는 것처럼 주기적으로 만들어가고 싶구요!

 

 

 

5. 당신에게 퀴어또는 퀴어함이란 무엇인가요?

 

이상적인 이야기지만 제게 있어 퀴어란 특정 성소수자만이 아니라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는 무한의 존재들이고, 퀴어함이란 다르다거나 이상한이 아닌 특별함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특별함이 삶을 살아가면서 본인에게 긍정적인 작용을 한다면 가장 완벽한 퀴어함이 아닐까 해요!

 

전국의 모든 퀴어들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