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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퀴모 이야기/전퀴모 아카이빙

[전퀴모아카이빙] 당신에게도 전퀴모가 필요하다

전국퀴어모여라 2021. 7. 5. 16:29

당신에게도 전퀴모가 필요하다 

레놀(전국퀴어모여라) 

레놀님이 참여한 전퀴모 행사와 후기

1. 대전에도 퀴어가 산다! 대전 퀴어들의 수다회 현장
2. 행성인 대전모임을 마치며
3. 2014년 봄, 이직과 함께 대전생활이 시작되었다
4. 전국 퀴어 모여라 '대전 산책'
5. 내년 대전 퀴퍼 콜?

 

1. 전퀴모가 당신에게 미친 영향은?

- 전퀴모는 나에게 자신감을 주었다.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우리동네에도 있다는 것. 또, 나는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다며 주눅 들 필요가 없다는 것. 나도 자신감을 갖고 어깨를 펴고 살아가도 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해 주었다. 전퀴모는 나에게 친구를 주었다. 요즘에는 인터넷으로 친구 만들기도 쉬운 세상이지만 마음먹으면 바로 만날 수 있는 거리의 동네친구라는 게 절실할 때가 있다. 더군다나 서울처럼 인구가 밀집되어 있지 않은 곳에서의 친구 찾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전퀴모를 만나고 나서는 큰 노력을 들이지 않고도 시간 되면 바로 만나서 하하호호 떠들 수 있는 친구들이 생겼다. 이전엔 생각도 못했던 일이었는데 말이다. 전퀴모는 나에게 소속감을 주었다. 어디에도 진심으로 속할 자신이 없었던 나에게 전퀴모 사람들은 ‘여기라면 괜찮지 않아?’라고 나를 안심시켜주었다. 비로소 ‘나는 전퀴모 사람이다’ 라고 말 할 수 있는 소속감이 생긴 것 같다.

레놀과 전퀴모 멤버들이 처음 만났던 대전의 카페. 빗소리가 참 좋았다 

2.  전퀴모 활동의 아쉬운 점과 좋았던 점이 있다면?

- 전퀴모는 나에게 기대도 크고 애착도 큰 곳이었기 때문에 욕심을 많이 부렸었다. 서울에서 하는 규모처럼 다양한 행사를 많은 사람들을 거느리면서 하고 싶었다. 그러나 막 시작한 지역활동에서 그 모든 것을 한번에 만족시키기는 쉽지 않은 일일 것이고 실제로도 그랬다.

 

풍부한 컨텐츠, 예를 들면 강연 및 상영회 등을 진행하려고 하면 재정문제가 따라오고, 재정문제가 해결이 되려면 참석자 수의 확보나 보장이 되어야 했다. 또 사람들을 많이 모으려면 다시 현실적인 문제들이 뒤를 따랐다. 또 활동하고 있는 스텝들이 이 일을 전업으로 삼고 있지 않다 보니 이 부분에서도 제한이 많았던 것 같다. 얼굴을 드러내고 활동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즉각적인 행동이 필요할 때 참석하지 못했던 점도 아쉬움이 남는다. 커뮤니티는 활동이나 개인의 성장, 대외적인 목적처럼 분명한 방향이 있는 경우에 지속적인 모임이 가능한 것 같다.

 

내가 겪었던 대전모임에서는 ‘지속적인 모임이 가능한 컨텐츠의 부재’가 부족했던 것 같아 당시에 스텝으로 있었던 나도 죄송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항상 회원들을 만나면 ‘다음엔 뭘 하지?’, ‘오늘 만나면 무슨 얘길 해야하지?’, ‘이런 식으로 만나는 것으로 회원들이 오랫동안 계속 함께 해줄까?’ 같은 생각을 했었던 것 같다.

 

언젠가 웃으면서 전퀴모의 처음 시작이 먹고 떠드는 모임이었다는 들은 적이 있었는데 전퀴모에서 우리 모두가 하고 싶어 하는 활동 반경이 어디까지인가? 라는 질문의 답이 명확하게 정해진다면 앞으로의 활동에 필요한 것들을 조금씩 더 갖춰 나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전퀴모는 먹고 떠들기 위해 만들기는 했었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어디까지나 내가 대전에서 활동할 때 느꼈던 것으로, 현재 광주에서는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활동들을 이것 저것 잘 해 나가고 있는 것 같아서 어쩌면 내 고민은 이미 지난 과도기적인 상황에서의 고민이었을지는 모르겠다. 물론 이런 아쉬움은 있지만 전퀴모는 나에게 최고의 커뮤니티임은 변함이 없다.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는 커뮤니티가 되면 좋겠다.

 

3. 현재 사는 곳에 어떤 노력이 더 있어야 커뮤니티가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을지?

- 커뮤니티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편안함’, ‘내가 속할 만한 곳’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요소들이 지역 퀴어들 간의 연대감으로 충족이 된다면 그 다음으로 생각해야 할 것은 ‘모임에서 무엇을 하는가’가 아닐까. 재미있거나 유익하면서 지속이 가능한 그런 모임에 대한 컨텐츠가 중요할 것 같다. 더군다나 내가 살고 있는 대전이라는 도시는 다른 지역에 비해 서울과의 심리적 거리감이 가까운 편이고 오히려 문화적/인적 퀴어 컨텐츠가 많은 서울로 가서 노는 것을 선택할 만큼 썰렁한데 그런 빈 구멍을 채워줄 수 있는 주제로 모임을 끌어나가도 좋을 것 같다.

 

4.  퀴어 커뮤니티에서 어떤 사람들을 만나고 싶은가요?

-  처음 행사를 위해 서울에 참석했을 때, 단체 회원들간 서로의 안부를 내 일처럼 알고 있고 나이 상관없이 허물없게 대하는 그 모습들을 보고 다들 한 지붕아래에 사는 것 같은 따스한 느낌을 받았다. 그게 아직까지도 강렬하게 남아 내가 바라는 퀴어 커뮤니티의 이상향처럼 생각되고 있다.

 

외톨이인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줄 따뜻한 공동체와 그런 사람들. 정기적으로 만날 수 있고 함께 공유할 수 있는 테마가 있다면 더 좋을 것이고. 어떤 사람들을 만나고 싶은가? 라는 질문에는 나처럼 ‘외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가 답이 아닐까. 비수도권 지역에서 퀴어적 문화 면에서도 단조롭고 폐쇄적인 인간 관계 면에서도 허함을 채우지 못하고 살아 왔던 나 같은 사람들이 서로의 외로움을 가장 잘 보듬어 줄 수 있는 사람들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