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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퀴모 아카이빙] 성소수자 이슈는 늘 큰 목소리로! 아무의 인터뷰

전국퀴어모여라 2021. 5. 18. 08:53

성소수자 이슈는 늘 큰 목소리로! 아무의 인터뷰 

아무님 참여한 전퀴모 행사와 후기 

1, 광주 퀴퍼, 우리도 할래요? -1 (feat.광주여성민우회)
2. 광주퀴퍼, 우리도 할래요? -2
3. 어디든 과거를 넘어 현재, 미래에도 우리는 여기에 있습니다
4. 우리의 이야기를 만들자 우리는 연결될수록 강하니까

 

광주에 온 전국퀴어모여라(이하 전퀴모)의 재경이 아무를 처음 만난 것은 광주 시내 우체국 앞이었다. 광주 시내의 우체국 앞은 광주의 중심가 중의 가장 중심가이며, 광주5‧18민중항쟁이 일어났던 분수대 앞과도 가까워서 크고 작은 행사들이 열리곤 했다. 재경은 그 우체국 앞에서 1인 시위 중이었던 아무를 만났고, 아무의 인품에 반한 재경이 아무와 친해지기 위해서 갖은 애를 썼었다.

 

그 이후 아무는 2017년 광주에서는 처음으로 마련한 퀴어버스를 타고 서울퀴어문화축제에 참여했었으며, 전퀴모와 한 수다회, 퀴어라이브, 그 이후에는 광주퀴어문화축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1. 2017년에 전퀴모를 처음 만났었죠? 그때 인상적이었던 게, 아무가 되게 신나했었던 게 기억나요. 그해 여름에 단체 활동가들과 수다회를 열기도 했었고요. 그때 주변에 성소수자가 없었다고 했던 이야기도 기억나고 그래요. 광주에서 처음 전퀴모 행사에 참여하기 전 무엇을 기대했는지, 실제로 참여했을 때 어땠는지 등등 이야기를 해주세요

 

-재경을 처음 만났던 해가 육아휴직을 끝내고 막 복직했을 때였어요. 얼마나 의욕이 넘쳤겠어요.(웃음) 열심히 활동가로 살았었지만, 주변에는 이성애자밖에 없다고 착각하고 살았었어요.

(인터뷰를 한다고 하자, 아무는 무슨 이야기를 할 지 정리를 해 왔었다. 꼼꼼한 새럼)

 

전퀴모 행사에 무엇무엇을 참여했는지 실은 기억이 잘 안나더라구요. 그래서 어떻게 전퀴모의 행사에 참여했었는지를 좀 적어왔어요. 기본적으로는 “퀴어친구에 대한 호감을 동감한 호기심”이 있었어요. 하지만 성소수자인권 토론회 같은 행사도 아니고 퀴어커뮤니티에 처음 가는 거라서 긴장감과 민망함이 있었죠. 나는 당사자가 아니잖아요. 결혼도 했고, 아이도 있는데데가, 성소수자라는 건 정말 낯설었거든요. 진짜 긴장 많이 했어요.

 

아무는 많이 긴장했다고 한다

2. 긴장감이라면 어떤 거예요?

 

-역시, 질문할까봐 미리 써놨어. 예상을 벗어나지 않아(웃음) 그 긴장감은 내가 아무것도 모르는게 티가 나고, 아무 말이나 해서 상대에게 상처를 줄까봐 갖는 거였어요. 처음 전퀴모 수다회에 갔었을 때 어떤 내용인지는 기억이 안나지만 내가 끼어들 타이밍이 없을 정도로 처음 듣는 이야기들이었어요. 이미 자기소개할 때부터 살짝 할 말이 없기는 했었어요. “나는 ~이고, ~이고 ~이다…” 이렇게 자신의 정체성을 소개하는데, 자신의 정체성을 설명하는데 두 가지만 말해도 고마울 정도로 다양했었어요. 그런 것들이 얼마나 낯설었는지.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재경이 장소를 선정하는 과정이었어요. (그 과정도 아무가 함께 해줬다) 예를 들어서 8명이 모임을 한다고 가정을 하면, 저는 8명이 만날 예쁜 공간 정도를 찾아요. 그런데 전퀴모는 사람들이 이야기하기 편하고 안전한 곳을 위주로 찾는 거예요. 장소 선정부터가 내가 일을 추진하는 거랑 방향이 달랐던 거죠. 그럴수 밖에 없다는 것이 인상적이었어요.

 

장소 선정을 하는 것부터가 이렇게 힘들면 다른 것들은 상상하지 못할 만큼 차별이 있겠구나 싶었어요. 행사 공지하는 것도 저희는 대대적으로 장소를 미리 말하잖아요. 어디어디에서 한다. 그런데 전퀴모는 늘 ‘개별공지’ 이렇게 말하는 거예요. 모든 것이 내가 늘 했던 것과는 다른데 얼마나 긴장을 했겠어요.

 

장소는 늘 개별공지하는 전퀴모

하지만 전퀴모를 만난 이후에는 단체에서 성소수자 이슈에 관해 큰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되었어요. 진짜 부끄러웠던데 저희 단체에서는 2009년에도 성소수자 인권 관련해서 공부도 하고, 강사를 모셔와서 강의를 열심히 했어요. 포괄적 차별금지법도 잘 알고, 같이 시위도 하고. 그런데 단체 사람들이 인권은 지지하다가, “그럼 성소수자 관련 사업을 사업을 해보자”하면 다들 주저하는 거죠. 그걸 보면서 이 단체 안에서 친구들을 위해 목소리를 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당사자가 목소리를 내면 징징된다고 보이기도 하니까. 다행히 제가 목소리를 내서 이걸 해보자 하면 다른 분들이 동의를 해주고 해서 일을 진행했었죠.

 

그런 의미에서 전퀴모가 사람들을 만나는 건 참 의미있는 일인것 같아요. 사람 하나를 만들어 놨잖아요? (웃음) 전퀴모를 통해서 “나는 다른 사람들보다 공부도 하고 성소수자 인권 지지해, 근데 주변에 이성애자밖에 없어 그래서 잘 모르겠어.”라고 말하던 제가 주변에 다양한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게된 계기가 되었으니깐요.

 

3. 그 뒤로 아무에게 커밍아웃한 사람들이 많았었죠?

 

-친구를 비롯해서 두 명. 그뒤로 커밍아웃은 계속 됐어요. 특히 내가 만나는 이 좁은 바닥에서는 일단 퀴어라고 가정을 하고(웃음) 이야기를 해요. 실수하면 안되니깐.

 

4. 아무가 지금까지 전퀴모와 참여한 게, 서울퀴어문화축제, 전퀴모 수다회, 광주퀴어아카데미였어요. 퀴어라이브와 광주퀴어문화축제는 근무하시는 단체 이름으로 참여를 했었고. 전퀴모 행사에 참여해보면서 좋았던 것과 아쉬운 게 있었나요?

 

-저는 처음에 재경이 전퀴모 행사 참여하라고 했을 때, 되게 의아했었어요. 나는 퀴어당사자가 아닌데…. 그래서 궁금하기도 하고, 활동의 확장을 위해서도 필요하고, 또 전퀴모에 퀴어 당사자만 참여하는 건 아니라고 해서 주말에도 일부러 애를 맡기고 참여를 했었죠.

 

전퀴모에 퀴어 당사자만 있는게 아니라는 점이 참 좋았어요. 자신이 커밍아웃하지 않아도 전퀴모 멤버로 활동하고 있다는 걸 말하기도 편하고. 단체에 있으면 자신이 스스로 전퀴모 멤버라고 소개하는 분들도 있어요. 앨라이도 멤버로 활동할 수 있으니깐요.

 

제가 참여한 건 아니지만,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명절에 모이는 거였어요. 이상하잖아요. 저에게 명절은 가족을 만나는 건데, 명절에 친구 만나는 건 철없는 남편들이나 하는건데 전퀴모에서 일부러 사람을 만난다고? 하지만 이걸 직접 물어보진 않았어요. 뭔가 다른 의미가 있겠지, 하면서. 그걸 명절이 지나고 전퀴모 블로그와 SNS에 올라온 후기를 보면서 알게 됐어요. 전퀴모는 명절에 먼저 떠난 사람들을 추모하더라구요. “내가 지내는 방식의 명절을 지낼 수 없고 유쾌하지 않는 이유가 있구나”그런 답을 들은 건 아니었지만, 혼자 유추해보니 그런 이유가 있는 것 같더라구요. 참 신기했죠.

 

명절에 늘 만나는 전퀴모

전 아쉬운 것보다 궁금한 것이 더 많아요. 다들 만나면 무슨 얘기들을 나누는지, 요즘 전퀴모에서 핫한 유머코드는 무엇인지(웃음) 우리 단체에서 뉴스레터를 발행하는데, 전 회원 인터뷰가 제일 재밌더라구요. 사람들 사는 얘기가 제일 좋아요. 전퀴모의 매거진 독자로서 다른 회원들 이야기가 제일 궁금해요.

 

5. 맞아요. 명절은 어떤 사람들에게는 스트레스만 받는 날이니깐요. 어떤 사람들은 커밍아웃 후에 가족을 제대로 만나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요. 그래서 만나는 거기는 해요. 현재 지역에서 퀴어 커뮤니티들이 하나둘씩 생겨나는데, 지속적으로 활동하는 경우를 많이 보진 못했어요. 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어렵네요. 저는 그냥 나는 모르는 방식으로 조용히 활동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리고 굳이 따지자면, 열심히 하는 사람이 그 커뮤니티에서 사정이 생겨서 빠지고 나면 조용히 힘을 잃어버리는 일들이 많지 않을까, 커뮤니티 전체의 일이 분배가 잘 돼야 하는데 대부분은 한 사람이 끌고 가다가 지치기도 하니깐요.

 

6. 하긴 그럴수도 있겠어요. 마지막으로 속하고 싶은 퀴어 커뮤니티를 상상해본다면 가장 중요한 특징 3가지만 말한다면?

 

-고민을 하다가 3가지를 다 채워왔어요! 첫째는 사회의제참여. 영화 런던프라이드를 보면 커뮤니티가 파업 같은 노동문제에 참여를 하잖아요. 제가 속한 퀴어 커뮤니티도, 몇가지 의제를 정해놓고, 연대했으면 좋겠어요. 다들 바빠서 참석 못하면 연명이라도. 아직 제가 보기에는 지역 이슈들에 퀴어의 이름을 가진 연대체들이 활발하게 들어오질 않고 있거든요. 계속 연대하다보면 커뮤니티가 더 확장되지 않을까요?

 

두번째는 안전과 신뢰. 이 부분은 퀴어 커뮤니티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일 것 같아요. 프로그램이 재밌는 것보다 참여자가 서로 이야기를 많이 하는 모임이면 좋겠어요. 요즘은 SNS말고는 내 이야기를 마음껏 할 수 있는 공간이 많지 않잖아요.

 

세번째는 자주 놀고 가끔 공부하기. 우리가 이야기를 많이 나누는데, 이것은 어느 그릇에 담고, 우리의 목소리는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리하는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너무 자주 하면 재미없고, 자주 놀고 가끔만 공부하기. 두번째와 세번째는 다른 소모임에서 자주 쓰는 전략이기는 해요. 하지만 퀴어는 계속 존재를 드러낼 수 있었으면 해요. 이렇게 하면 지역사회에서도 퀴어에 관한 편견이 많이 깨질 것 같고, 깰 수 있을 것 같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