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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퀴모 이야기

다수보다 많은 소수자들의 파티

전국퀴어모여라 2021. 8. 21. 09:08

다수보다 많은 소수자들의 파티

최윤미(예술단체마리모)

 

광주에서 활동하면서 전시기획도하고 문화예술교육프로그램도 기획하면서 각종 프로그램에서 진행자나 스텝 역할을 해왔던 최윤미라고 합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지역에서의 문화활동들이 주춤한 틈을 타 상당히 우울하고 무료한 시간을 보내던 찰나에 '전퀴모'에서 프로그램진행을 도와줄수 있느냐는 제의를 받게 되었습니다.

 

마침 바림에서 진행하고 있던 <제로의 예술>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았고 전국퀴어모여라(이하 전퀴모)의 <퀴어-되기> 의 작년 워크숍은 참여하지 못했던 것이 아쉬웠던 터라 흔쾌히 승낙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처음 전퀴모분들과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회의는 살짝 긴장(?)되기도 했습니다. 일을 너무나 열심히 잘하시는 분들이라고 생각했고 내가 회의중에 말이라도 잘못하면 나를 이상하게 보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도 사실 있었습니다. 하지만 첫 화상회의는 매끄러웠고 자유롭게 자기의 의사를 밝힐수 있었으며 모든 회의는 꼼꼼하게 기록으로 남기며 참여하지 못했던 다른 팀원분들에게도 곧바로 공유되는 시스템이었지요.

 

게다가 약 2시간 가량 진행되는 워크숍을 위해 전퀴모팀과는 2회의 화상회의와 5회의 서류 공유, 약5번정도 스크립트를 수정하기도 했으며, 워크숍 기획 중엔 제가 내는 의견도 적극적으로 논의하고 경청해주는 모습들로 스스로의 자신감이 올라갈 수 있었습니다. 

열심히 기획했다

<퀴어-되기>는 누구나 소수자일 수 있다라는 것이 키워드 였던것 같습니다. 꼭 성소수자 만을 위한 프로그램이 아닌 누구나 소수자가 될수 있는 것에 집중하여 소수자가 되어보는, 그렇다고 단순한 체험의 형식이 아닌 참여자로 하여금 소수자에 대한 배려를 자연체득할 수 있도록 하기위해 노력했습니다. 그 방법으로 장애의 여부와 종교, 채식주의자, 가족의 형태 등을 기입한 '아바타 카드'를 이용해 누구나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장소를 찾아보고 지도에 표시하는 워크숍을 기획하였습니다.

 

아바타카드를 구성할 당시 성별, 종교, 장애 유무 정도로 캐릭터를 설정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진행 도중 나처럼 이혼한 사람도 소수자이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아바타 카드의 캐릭터에 '가족구성원의 형태' 를 추가하자고 제안하였고, 다양한 형태의 가족들이 추가되었습니다. 혼자사는 사람들, 다문화가족들도 결국 다수에 속하지 못한 특이한 사람으로 인식되는 것은 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윤미님의 의견으로 추가된 아바타 카드 

 

우리는 프로그램 진행에 앞서 '평등한 공동체를 위한 약속'을 함께 낭독했습니다. 워크숍 당일 현장에서의 참여자분들의 목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맴돌고 있습니다. <퀴어-되기>는 단지 성소수자만을 위한 것이 아닌 수많은 소수자들과 함께 연대하며 지지하고있음을 알게되었고,  그 날의 목소리는 그 어떤 다수의 목소리보다 부드럽지만 더 강렬하게 세상을 향해 평등을 외치는 듯했습니다.

다시 한번 재미있고 의미있는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준 전퀴모들께 감사하다고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