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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도

부산에서 만나 더 특별한 전국퀴어모여라

전국퀴어모여라 2016. 3. 8. 23:27

부산에서 만나 더 특별한 

전국퀴어모여라


혜욘세(Queer in PNU)

 

  

전퀴모와 함께한 수다회 및 뒷풀이!

 

 SNS로 지난 2월 20일에 전국퀴어모여라(이하 전퀴모)가 부산에 온다는 소식을 접했다. 작년 겨울 전퀴모가 ‘부산대학교성소수자인권동아리 Queer in PNU'와의 만날 때 개인적 사정으로(QIP 회의 뒤풀이로 술떡이 된 건 비밀) 참여하지 못해 아쉬웠는데 이번엔 꼭 참여하리라 마음먹고 개인적으로 신청을 했다. 사실 전퀴모에게 특별한 감정이 있다. 전국의 퀴어를 찾아다니며 그들의 삶을 인터뷰하는 것, 이 얼마나 꿈같은 일이란 말인가. 모두가 그럴진 몰라도 나는 전국을 여행하며 퀴어들을 만나러 다니고 싶다. 그 꿈만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특별할 수밖에. 그래서 왠지 한껏 힘줘서 꾸미고 힐도 신고 모임 장소에 갔다. 

전퀴모 모임에는 전퀴모 분들, 레즈비언생애기록연구소 생애기록 부산팀(이하 부산팀)분들 그리고 QIP 소속인 내가 함께했다. 부산에서 3년 동안 QIP 활동을 하면서 부산에 다른 성소수자인권활동 단체가 없다고 확신하고 있던 우리는 늘 맨땅에 헤딩하며 단체를 꾸려 나갔다. 그 과정에서 깨지고 다치면서 함께 연대할 성소수자인권활동 단체를 애타게 찾았었던 것 같다. 그런데 전퀴모와 함께 부산팀이 참석한 것이다. 

수도권과 지방이라는 경계는 부정하고 싶지만 큰 차이가 있음을 시인할 수 밖에 없다. 제 2의 수도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큰 도시인 부산에서도 수도권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있다. 최근에 ‘짹짹 박람회’를 사상구 사상인디스테이션에서 열었다. 홍보를 위해 부산일보에 글을 올린 당일부터 대관 장소 사무실은 항의 전화로 업무가 마비가 되었고 사상구민이라고 밝힌 몇몇 분들은 구청에 방문 항의를 했다고 한다. 같은 공간에서 이런 지역적인 고민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단체를 만나게 된 건 큰 행운이다. 

성소수자 운동 이야기, 부산의 이야기 그리고 우리 개인의 이야기의 서사를 풀어가는 것으로 모임은 진행됐다. 못 다한 이야기는 뒤풀이에서 이었는데 새로운 사람들이 합류해 더 다양한 이야기들이 나눌 수 있었다. 원래 인원의 3배가 훌쩍 넘는 수여서인지, 뒤풀이라는 특유의 분위기 때문이었는지 서로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풀어내는 사람들을 보며 기분 좋게 술기운이 올랐던 것 같다. 

지역을 돌며 성소수자의 존재를 확인시켜주는 전퀴모와 그 사람들을 기록에 남기는 부산팀, 부산의 성소수자 문화를 생산하는 QIP의 이야기는 그 밤이 다 가도록 끝나지 않았다. 어쩌면 이런 자리야 말로 우리의 지지기반을 스스로 생산하고 생산해 낼 수 밖에 없는 유쾌한 자리가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