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퀴어 모여라

부산에서 전퀴모와 함께한 소중한 시간 (with 레즈비언생애기록연구소) 본문

경상도

부산에서 전퀴모와 함께한 소중한 시간 (with 레즈비언생애기록연구소)

전국퀴어모여라 2016. 3. 4. 00:09

부산에서 

전퀴와 함께한 

소중한 시간




레즈비언생애기록연구소 생애기록 부산팀

 


 

참석인원이 3명 밖에 되지 않아서,  3명의 이야기를 다 올려 보기로 했다. 간단히 보내달라고 했는데 앤드님과 옥상별빛님 이야기가 너무 좋아서 내가 더 할 말이 없을 정도였다.


먼저 앤드님 후기이다.

처음에는 규모도 작은 부산 레즈비언생애기록연구소 생애기록 부산팀을 만나러 온다는 전국퀴어모여라(이하 전퀴모)가 반갑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어떤 얘기들을 나눌 수 있을까 좀 우려가 되기도 했다. 생애기록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지도 못한 스스로가 좀 부끄럽기도 했고,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무슨 얘기를 하나 좀 걱정스럽기도 했다. 

결론부터 먼저 이야기하자면, 그런 우려를 했던 자신이 부끄럽게 여겨질 만큼 긍정적인 자극을 많이 받은 소중한 시간이었다. 

사실 우리가 하는 일에 대해 스스로 (약간의) 자긍심은 가지고 있었지만, 우리가 아닌 외부의 누군가가 그만큼의 관심을 가져준 것은 처음이 아니었나 싶다. 무엇보다 그들이 준비해온 질문들에 답하며, 혹은 무슨 답을 할까 고민하는 시간 동안, 레즈비언생애기록 모임에 내가 참여하게 된 이유, 그리고 이 모임의 의미, 가치 등에 대해서 새로이 생각해볼 수 있었다.

올해는 왠지 목표 인터뷰를 달성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자신감도 생겼다. 

꽤나 많은 빈도로 각 지역, 지역을 방문하는 쉽지 않은 일을 열심히 하고 계신 전퀴모분들을 응원하며, 우리 모임도 더 활성화되기를 희망해본다.^^



다음은 옥상별빛님 후기이다.

벗들님께서 전퀴모에서 우리를 만나러 온다고 했을 때 기대 반 설렘 반이었다. 레즈비언생애기록연구소 외에 다른 성소수자 단체는 처음 접해보는 것이기도 했고 어떤 프로그램이 진행될지 궁금하기도 했다. 

처음 자기소개를 할 때, 차례가 다가오면 올수록 무척 떨렸다. 소개 할 때도 떨린다고 말했는데 프로그램이 진행 되면 될수록 긴장이 풀리면서 흥미롭고 유익했다.

특히 퀴어 클레이카드로 알아보는 우리의 생애에 참여할 때가 가장 재밌었다. 다른 퀴어들의 마음 속 이야기를 들어 볼 수 있어서 좋았고 더불어 나의 이야기도 풀어내면서 미래에 대해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레즈비언생애기록연구소 생애기록 부산팀의 회원이 늘어나면 한번 더 퀴어 클레이카드 프로그램을 진행하면 좋겠다. 

멀리서 부산까지 와주셔서 감사드린다는 말씀을 드린다. 기회가 된다면 전퀴모 회원들과의 만남을 다시 한 번 가져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짧은 하루였지만 기분 좋은 만남으로 소통 할 수 있어서 너무 즐거웠다.

 

 

 

퀴어클레이카드!

 


지금부터는 나 벗들의 후기이다.

처음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이하 행성인)의 소모임 전퀴모가 레즈비언생애기록연구소 생애연구 부산팀을 만나고 싶다는 제안을 받았을 때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왜?’ 라는 것이었다. 왜, 우리를 어찌 알고 만나자는 제안을 했을까 궁금했는데 전퀴모 블로그의 글들을 보면서 이유는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우리의 존재를 너무 과소평가한 듯...^^)

그 다음 든 생각은 ‘재밌겠다’였다. 행성인이야 오래되고 규모도 있고 많은 활동을 하는 단체이니 행성인 멤버들을 만나는 자체만으로도 큰 흥미와 기대를 가지게 했다. 

모임 전 모임 때 하게 될 질문지를 미리 받고(부담 갖지 말라고 하였지만 부담이 안 될 수 없었음), 준비를 하면서 레즈비언생애기록연구소의 회칙도 다시 읽어 보고 그 동안의 활동 기록들도 다시 보았다. 

레즈비언생애기록연구소라는 단체에 대해 우리의 활동들에 대해 잘 설명해 줘야겠다는 의무감이 들었고, 덕분에 우리 활동들도 되돌아 볼 수도 있었고, 내가 잘 알지 못하는 다른 팀들의 활동들도 더 구체적으로 알게 되었다.

그렇게 기대 반 설렘 반과 약간의 부담감을 안고 모임을 참석하였다. 

모임은 1차 부산팀 인터뷰와 2차 퀴어 클레이카드로 진행이 되었다. 우리와 비슷하게 느린 활동들을 하는 전퀴모인데 이번에 아주 의욕적으로 하여 여러 프로그램을 준비하였다고 한다.(ㅋㅋㅋ) 참석자 소개를 시작으로 자연스럽게 인터뷰가 연결되었는데 솔직히 우리 활동들이 저조하여 다양한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저조한 활동들에 속으로는 살짝 부끄럽기도 하였고, 우리 이야기들이 제대로 전달이 되었는지 질문에 대한 적절한 대답들을 하였는지 잘 모르겠다.

인터뷰가 끝나고 퀴어와 관련된 주제가 적힌 카드를 하나 선택하여 그 주제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는 퀴어 클레이카드라는 것을 하였다. 카드를 만들고 처음 해보는 것이라는 얘길 듣고 우리가 실험용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ㅋㅋㅋ) 다음에 어디 선가 다시 하게 되면 보완하여 더 알차게 진행되리라 본다.(^^) 퀴어 클레이카드는 커밍아웃, 아웃팅, 혐오, 커뮤니티 활동, 앞으로의 목표 등 키워드가 적힌 카드를 선택하고, 그것을 선택한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방식이었다. 카드를 선택한 사람만이 아닌 다른 사람들의 다른 이야기도 너무나 듣고 싶었고, 내 이야기도 하고 싶어서 입이 근질거리기도 하였다. 시간이 정해져 있다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었다. 

완전 공감이 되었던 이야기, 나에게는 아직 일어나지 않아서 다행스런 이야기, 나와는 급이 다른 목표를 가진 이야기, 나는 경험할 수 없었던 이야기 등 여러 퀴어들의 개인적이지만 결코 개인적일 수만은 없는 이야기들을 듣는 것만으로도 이 날의 모임은 의미가 있었다.

아, 참 한 가지 빼먹은 것이 있다. 이 날 모임에 우리 외에 부산지역 단체가 한 곳이 더 참석을 하였다. 내가 부산대 성소수자 동아리 QIP분도 같이 하였다. QIP은 대학 동아리로 시작하였지만 지금은 부산지역 전체 성소수자 단체로 활동하고 있으며, 곧 청소년들도 같이 할 것이라는 말씀을 해주셨다. QIP의 그 동안의 활동들에 관해서,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 듣고 나니 이후에 우리 부산팀 차원에서나 개인적인 차원에서나 같이 할 수 있는 부분이 충분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게 하였다. 부산 퀴어 퍼레이드까지 계획 중이라는 얘기에는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부산에서 하는 퀴어 퍼레이드를 곧 볼 수 있을 것 같다.

3시간 동안 준비했던 프로그램들을 끝내고 우리는 더 많은 사람들과 더 많은 이야기를 하기 위해 뒤풀이를 가졌다. 전퀴모와 QIP에서 1차 모임에는 참석하기 힘들지만 같이 만나고 싶은 사람들을 뒤풀이에 초대를 하였다.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끼리는 반가워하며 그 동안의 회포를 풀었고, 처음 만난 사람들끼리는 조금 어색한 인사를 나눴지만 금방 친해졌다. 나이와 성별에 상관없이 즐기는 모습을 보니 이러한 모임에 대한 갈망이 얼마나 큰 지 느껴졌다. 

무슨 일이든 처음이라는 계기가 필요하다. 이렇게 전혀 몰랐던 단체들과 첫 모임을 가졌으니 앞으로 또 다른 방식으로 볼 기회는 얼마든지 만들 수가 있다. 그때 못 다한 이야기를 하면 되고 같이 할 수 있는 일도 또 만들면 될 것이다. 올해 주제를 정하지 않은 강의 하나를 기획중인데 행성인에 부탁을 해도 되겠다는 생각을 바로 하였다. 

모든 운동이 그렇지만 성소수자 운동에서도 지역적인 특성과 한계들이 많다. 각 성소수자 생애도 지역적으로 아마 차이가 많이 날 것이다. 그러한 특성과 차이들을 찾아다니는 전퀴모에 대해 반갑고, 고맙고, 응원한다는 말 꼭 전해주고 싶다. 레즈비언생애기록연구소의 생애기록 부산팀도 지역의 레즈비언들을 많이 만나서 글들의 생애에 대해 많은 기록들을 남겨두도록 해야겠다는 거창한 사명이 든다. 부산지역에도 이렇게 많은 레즈비언들이 각자의 삶을 살고 있고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많은 이들에게 전해지도록 해야겠다는 다짐으로 글을 마무리 하겠다.

 

 

 

2016년 2월 28일

레즈비언생애기록연구소

앤드, 옥상별빛, 벗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