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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퀴모 이야기

[전퀴모 5주년 자축자축!] 전퀴모 5주년을 맞이하며

전국퀴어모여라 2019. 2. 25. 12:50

 

5주년을 

맞이하며


레놀(전국퀴어모여라)


안녕하세요. 대전에서 활동하고있는 레놀이에요. 올해가 저에겐 너무도 소중한 전퀴모가 5주년을 맞는 해라고 하네요. 무슨 말로 축하를 해볼까 생각하다가 전퀴모는 저에게 과연 어떤 의미인가를 한번 생각해보고 싶어졌어요.


저는 첫 연애를 무려 스물다섯이 되었을 때야 시작했답니다. 그 전까지는 주변에 보이는 사람들을 짝사랑하고 헛된 희망만을 품고 살아왔던 사람이었어요.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이성을 찾아 떠나가는 모습을 바라만 봐야 했고, 혼자 상처받고, 그래서 스스로가 평생 연애도 못 해볼 거라고 비관하기도 하고. 지금은 쉽게 볼 수 있는 스마트폰도 어플도 그 당시에는 없었으니까요. 그런 제가 스물다섯이 되었을 때, 비로소 처음으로 저와 같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런 사람들이 꾸리는 행사에 참여도 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어요. 그리고 연애도 한 번 못 해볼 거라고 생각했던 제가 누군가에게 데이트신청도 받아보고. 친구들도 많이 생겼어요. 그러나 그 모든 일들을 누리기 위해서 제가 해야 했던 행동이 하나가 있었다면 그것은 서울에 가야 한다는 것 이었어요. 서울이 아니면 그런 행사가 열리지 않았으니까요.


그랬던 저에게 전퀴모는 굉장히 커다란 희망과 같은 존재였어요. 제가 속해야 할 곳, 저의 정체성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곳. 바로 이 대전에서. 내가 사는 이 곳에서 말이에요.



지난 5년간 전퀴모는 활발한 활동으로 비수도권의 여러 지역에서 모임을 열었고 저도 몇 군데는 함께 다녀왔어요. 지역에 따라 조금씩 특성은 달랐지만, 다들 비수도권에서 느끼는 커뮤니티의 필요성에 대해서만은 한 목소리를 모았던 것 같아요. 그만큼 절실하고 필요했다는 이야기가 아닐까 해요.


2016년 레놀이 참여한 전퀴모의 대전산책 모임


전퀴모는 앞으로도 할 일이 너무 많을 것 같아요. 물론 한번에 다 이룰 수 는 없고 차근차근 해 나가야겠죠. 저는 비록 운동을 할 수 있는 역량도 상황도 못되기에 그쪽으로는 큰 도움이 되지는 못하겠지만, 우리에게 꼭 필요한 또 한가지가 있다면 그것은 우리들의 커뮤니티 같아요. 전국의 수많은 스물다섯 이전의 레놀들이 자신이 속해야 할 곳에 잘 찾아갈 수 있도록. 우리가 속한 바로 이 동네에서 우리의 커뮤니티를 형성 할 수 있고, 누군가에게는 마음 놓고 쉴 수 있는 고향집과 같은 그런 커뮤니티, 두 팔 벌려 기다리고 있을 내가 속할 수 있는 커뮤니티가 필요해요.


우리 전퀴모가 누군가에게 그런 버팀목이 되어 줄 수 있으면 좋겠고, 분명 그렇게 되기를 기대하면서 저는 계속 활동할 것입니다. 전퀴모 5주년 축하해요!


전퀴모 파이팅

우리 존재들 파이팅

전국의 모든 스물다섯 이전의 레놀들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