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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퀴어 모여라
오늘 혐오를 뿌시러 갑니다 본문
오늘
혐오를
뿌시러 갑니다
준한(광주여성민우회)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존재하는 대상들이 있다. 성소수자 역시 성별이분법과 이성애 중심
의 질서로 이방인이 된 존재다. 혐오가 만연한 2018년의 대한민국에선 대다수의 국민들이 그들의 입에 재갈을 물리며 침묵을 강요하고 있다.
하지만 사람의 몸에 피가 흐르고, 강물은 낮은 곳으로 흐르며, 혐오는 사랑을 이길 수 없는 섭리에 따라, 그들은 여전히 본인의 존재를 긍정하고 예찬한다. 그런 이유로 전국 퀴어 모여라(이하 전퀴모)의 정체성 소개하기 모임은 성소수자의 존재를 피부로 체감하고, 성소수자를 깊게 공감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모임의 주된 목적은 자신의 성별 정체성과 성적지향에 대해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는 것이었다. 나는 성소수자를 지지하는 시스젠더 남성-이성애자를 맡게 되었다.
프로그램을 준비하며 ‘성다수자’로 군림(?)해온 일생을 찬찬히 복기해보았다. 나는 내가 언제부터 남자라고 생각하게 되었는지. 어떻게 여성에게 끌린다는 걸 자각하게 되었는지. 다수자의 논리에 의해 단 한 번도 고민이나 의심을 해본 적 없는 나로서는 생경하고 어색한 일이었다. 동시에 늘 자신의 존재를 증명해야만 하는 성소수자의 실상과의 간극이 뚜렷해보였다.
나의 참여가 공명심의 과시나 시혜적으로 비춰지지 않을까 하는 노파심이 들었지만, 친한 지인들과 담소를 나눈다는 착각이 들만큼 아늑했다.
온화한 분위기 속에서 나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부모님은 알고 계신지, 언제부터 이성애자라고 느꼈는지, 남성을 만나보지도 않았으면서 어떻게 이성애자라 확신하는지 등등. 물론 농담과 풍자를 전제한 질문이었고 화기애애했다.
온화하고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진행되었다
하지만 그 질문들 때문에 웃을 수만은 없는 지점에 당도했다. 성소수자가 흔히 마주치는 질문이 얼마나 폭력적이고 당사자를 당혹스럽게 만드는지. 나아가 사실 질문 자체가 얼마나 우스운지 알게 되었다.
자신은 스스로가 제일 잘 안다는 원칙은 왜 취사적용되고 있는가. 당당히 질문할 수 있는 권리가 어떻게 현실 속에서 권력으로 작동되는가. 그리고 ‘정상성’의 규범이 기준 바깥의 타자들을 어떻게 배재하는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들에 답을 해야 할 가해자는 결국 나와 같은 ‘성다수자’란 생각이 들었다.
‘나는 성소수자를 이해하지만 드러내지 말고 자기들끼리만 있었으면 좋겠다.’는 우아한 혐오를 내뱉는 이들에게 전퀴모에 와보라고 권하고 싶다. 그리고 직접 얼굴을 맞대고 사람 사는 이야기와 현실적인 문제들을 들어보길 바란다. 이렇게 우리는 혐오를 뛰어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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