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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사랑찾아, 꿈 찾아 제주도로 떠난 게이청년 원더

전국퀴어모여라 2014. 8. 25. 21:33

사랑찾아, 꿈 찾아 제주도로 떠난 원더


1.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34살 건강한 게이청년 원더입니다. 서울에서 태어나서 자랐고요.




원더 청년의 다정한 한때, 서울에서 찍은 사진이에요! 



2. 제주도는 왜 내려가셨나요?

사랑찾아 꿈찾아! 가장 큰 이유는 십년 넘게 연애하고, 9년 동안 함께 살았던 애인이랑 다시함께 살기 위함이었죠. 애인이 제주도 분이라서 직장을 제주도로 잡게 되었거든요.

두 번째는 여유롭게 지내고 싶었어요. 삼십년 넘게 서울에서 살면서 나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갖지 못했거든요. 서울이라는 공간에 지친 면도 있고요.


3. 서울에 살 때 종로나 이태원 등에서 이쪽 분들을 많이 만났나요?

두말하면 입아프죠~ 거의 매일매일 종로로 출근하는 종로 끼순이였어요!


4. 서울 생활과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뭐가 있나요?

일상생활은 변한건 없어요. 사는 것도 제주도 중심가인데다가, 사는 곳도 아파트여서요. 실은 원래 살고 싶었던 곳은 교외의 전원주택이었는데 말이죠. 마당 있는 이층집에서 작은 식당을 하고, 지금 키우고 있는 강아지들하고 함께 살고 싶었어요.

달라진거라고 하면, 시간? 이런게 좀 달라졌다고 할까요. 서울에서는 야근에, 해가 져야만 집에 가는 일상, 집에 가서도 미래를 위해서 자기계발을 해야하고, 퇴근 후 할 일이 없을 때는 왠지 사람을 만나서 무언갈 해야만 할 것 같고 말이죠. 집에 혼자 있는게 외롭기도 하고요. 페이스북과 같은 곳에서 보는 친구들의 일상을 보면, 나만 뒤처지고, 나만 우울한 것 같고 그러잖아요. 주말에 종로에 나가서 놀지 않으면 사람들에게 잊힐 것 같고, 사람들을 만나고… 정리를 하면 “뭔가를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 는 느낌이었죠.

제주도에서 생활은 달랐어요. “굳이 하지 않아도 된다” 는 느낌이었죠. 지금은 딱히 정해진 일이 없어서일 수도 있지만요. 하지만 그보다 큰 이유는 다른 데 있는 것 같아요. 하루 일과가 크게 달라졌으니까요. 산책겸 바닷가에 가기도 하고, 수영도 하고, 잔디밭에 멍하니 누워 있기도 하고… 한가하고 느려졌죠. 그렇다고 고민이 없는 건 아니지만요. 할 일은 여전히 많아요.

제주도에 사는 사람들을 관찰한 적이 있었는데, 모두들 바쁘지가 않아요. 한가하고, 여유롭죠.

제주의 색(), 색이 다른 것 같아요. 지금은 서울의 색을 제주의 색으로 바꾸느라 바쁘답니다!


5. 제주도의 퀴어들은 만나보셨어요? 어떻게 만나게 되었나요?

당근이죠! 심지어 동성애자인권연대 여름 엠티 마치고 제주도 내려오는 비행기 안에서 게이 동생을 만났는걸요! 그뒤로 친해져서 가끔(자주) 술도 먹고, 썬탠도 하러 다니고 그래요.

그리고 다른 분들도 만나고 한답니다. 종로처럼 포차에서 우연히 친하게 되고, 테이블 옮겨다니면서 놀고 이런 건 못해요. 하지만, 천만 게이의 어플 **과 천만 끼순이의 인터넷 사이트 ***가 있잖아요! 모두 그곳에서 만나요.

하지만 제주도 게이 친구들은 서울과 달라요. 오픈 게이가 많지 않고요, 다른 게이들과 만나길 원하지 않는 친구들이 많죠. 제주도는 좁잖아요. 한 다리 건너면 다 아는 사람들이래요. 맛집이라고 해서 놀러가보면, 동창도 만나고, 동네 친구도 만나고, 회사 동료에 일가친척에… 종로 게이빈에서처럼 수다떨긴 힘들어요. 오픈 게이들도 있어요. 그런 날에는 즐겁게 술도 마시고, 노래방도 다니죠.

그래도 남자는 어디가 더 좋냐? 하면… 서울이죠. 제주도 게이 친구들은 부지런하지도 않고, 멀리 나가는 것도 싫어하죠. 서두르지도 않고요. 순수하기도 하고요!


6.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아까도 말했지만, 제주도에 온 건, 서울에서보다 더 행복하고 싶어서였어요. 서울에 살면서 느꼈던 것들, 이곳 제주도에 와서 느끼는 것들 모두 소중해요.

어디에서 사느냐에 대한 고민, 서울을 떠나서는 살 수 없다는 생각보다는 무엇을 위해서 어떻게 살 건가가 더 중요한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