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퀴어 모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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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도

내가 너와 함께 살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전국퀴어모여라 2020. 12. 1. 15:20

내가 너와 함께 살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퀴어-되기 참여후기 

윤송일

11 월 29 일 토요일 오전 10 시 , ‘전국퀴어모여라’와 ‘제로의 예술’ 이 진행하는 워크샵 <퀴 어_되기> 에 참여했다. 이 워크숍은 동구 충장로에 있는 독립서점 ‘ 소년의 서 ’ 에서 진행되었다 . 신청하면서는 토요일 아침 열 시부터 오후 세 시까지라는 스케줄이 길지 않은가 하고 내 체력을 걱정 했지만, 워크숍이 끝날 무렵에는 그 걱정이 기우였구나 했다. 다섯 시간이 짧아 아쉬울 만큼 즐거운 자리 였다. 본격적인 내용을 시작하기 전에 몇 가지 주의사항을 다 함께 소리내어 읽었는데 , 그 점도 인상적이 었다. 혐오 및 차별 발언을 지양하기, 나이에 상관 없이 모두를 동등하게 존중하기 등의 내용이 담긴 주의사항은 나를 적당히 긴장시키면서도 동시에 ‘곤란한 상황이 적을 것이고, 그런 상황에 처한다고 해도 나 역시 보호 받을 수 있겠구나’ 하는 안도감을 주었다.

나의 인생그래프 그리기 

행사의 전반부에는 나눠 받은 종이에 ‘나의 인생그래프’ 를 그렸다. 성소수자로서 겪은 사건 다섯 가지 를 꼽아 시기와 슬픔 / 기쁨의 감정을 기준으로 그래프화하고 모두가 돌아가며 자신의 그래프를 설명하는 방식이었다. 함께 참여한 사람들의 연애와 이별, 퀴어 관련 매체를 접한 일 , 커밍아웃과 아웃팅 경험, 그리고 부정적인 사건을 어떻게 극복했는가 하는 이야기들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곤 했다. 후반부에는 가족을 키워드로 이야기했다. 혈연에 관계 없이 스스로에게 중요한 다섯 명을 그래프에 표시하고 그들을 어떻게 느끼는지, 그들과의 갈등을 어떻게 해결하는지 등을 이야기했다. 나를 포함하여 적잖은 분들이 그래프에 반려동물을 표시하셔서 그 점도 즐거웠다.

하지만 무엇보다 후반부 끝자락의 대화가 가장 유익하고 중요했는데, 이런 것들이었다 . '어떤 형태로, 또는 누구와 살고 싶은가?’, ’생활동반자 법이 의회에서 통과되어 시행된 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가 족의 유형이 다양해진다면 예를 들어 어떤 형태가 가 능할 까?’, ‘생활동반자법 은 사랑하는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데에만 이용 될 까?’ 대답을 고민하고 이야기하는 동안 자연스럽게 생활동반자법 시행의 영향과 필요성을 구체적으로 떠올려 볼 수 있었다 .

김초엽 의 소설 <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수 없다면> 에 나오는, 내가 좋아하는 구절 을 빌려오고 싶다. “그리고 우리는 곧 알게 되겠지 . 바로 그 사랑하는 존재가 맞서는 세계를. 그 세계가 얼마나 많은 고통과 비탄으로 차 있는지를. 사랑하는 이들이 억압 받는 진 실을. 올리브는 사랑이 그 사람과 함께 세계에 맞서는 일이기도 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 던 거야.” 우리는 살아가며 슬픈 일들을 겪곤 하는데, 그 일을 극복하는 데에는 나의 에너지도 중요하지만 타인이 주는 지지가 꼭 필요하다 . 그 타인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일, 어쩌면 가족일 가능성이 높으리라. 사랑하는 이들과 가족을 꾸리고 세상을 함께 극복 할 권리는 누구나 평등히 누릴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