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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도

전퀴모 첫번째 이야기

전국퀴어모여라 2014. 5. 9. 02:07

 

 

녕하세요 전국의 퀴어 여러분!

오늘은 전퀴모에 도착한 첫번째 이야기, 늑대님의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박수박수박수짝짝짝)

 

사진까지 첨부해주신 친절한 늑대님 (감사)(감사) 감사드려요!!

 

 

 

 

사진1, 호날두. 늑대님이 과거에 많은 위안을 얻은 축구 영상에서 눈에 띈, 닮고 싶어하시는 축구 선수!

사진2, 키스해링. 너무나도 대중적인 예술가 키스 해링의 작품. 퀴어 작가이기도 하죠. 늑대님, 멋진 작가 좋아하시는 겁니다, 좋아요!!

사진3, 레고와  배트맨. 레고와 배트맨을 좋아하신답니다! 귀여운 레고들이에요~!

사진4, 포켓몬. 15년째 좋아하고 계시는 포켓몬! 테라키온 봉제인형이군요. 봉제인형 시리즈 참 귀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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녕하세요. 저는 세종시에 사는 퀴어입니다. 성인이고요.

비 수도권의 퀴어로서 겪는 불편함이나 답답함에 대해서 말씀드리고 싶어서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네요.


제가 운영하는 블로그(는 http://blog.naver.com/humanitario)에 종종 퀴어 관련 행사들을 스크랩해서 올리기도 해요. 그 때마다 씁쓸한 기분이 드네요. '아.. 역시 지방인은 갈 수 없어. ㅠㅠㅠ' 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가끔 한국 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에서 강의 같은 행사를 하면 가고 싶지만, 가는 시간 오는 시간 그리고 가는 데 드는 발생하는 비용 때문에 망설여져요.


세종시는 시라고는 하지만 아직 시골이라고 부를 정도로 여러모로 발전이 되지 않았거든요. 인터넷 사이트에 가입해서 주소라도 적으라고 하면 항상 ~면 ~리로 뜨질 않나, 지역번호가 044인데 그것마저도 선택지에 없어서 당혹스러운 적도 많았거든요. 그만큼 행정수도라고 부르기 부끄러울 정도인 곳이에요. 편의시설도 많지 않고, 서울로 가는 버스도 예전보단 많이 생겼다고는 하지만 대전 유성에서 서울 가는 차가 거의 5분 간격으로 있는 것에 비하면 서울로 가는 것은 어렵습니다. 서울에서 집으로 오는 막차는 저녁 아홉 시입니다. 행여나 강의가 늦게 끝나면 여차없이 서울에서 묵어야 하죠. 저는 다행히도 누나가 서울에 있기 때문에 다행이지만, 다른 분들은 어떤지 모르겠군요. 가장 교통이 발달된 대전까지 가려고 해도, 한시간은 족히 걸리지요.

 

지금은 정들었던 온라인 퀴어 커뮤니티에서 탈퇴했지만, 활동 당시에도 세종시에 사는 퀴어는 저 뿐인 것 같을 정도로 많지 않았어요. 혼자 덩그러니 놓인 기분입니다. 채팅으로 만나는 분들은 모두 수도권에 사시는 분들, 지방에 사시는 분들이라고 해도 부산이 대부분이셨어요. 온라인 커뮤니티의 정모는 항상 서울에서 열렸기 때문에 부산같이 아주 끝에서 오시는 분들은 큰 맘먹고 오셔야 했을 거예요. 비용도 아마 상당하겠죠. 시간도 상당히 걸리고요.
그래도 대구는 퀴어퍼레이드(퀴어축제)를 하지만 다른 지역은 없으니까요. 전에 충청도 퀴어 커뮤니티를 본 적이 있었는데(온라인이었지만 정모는 아마 청주에서 했던 걸로 알아요.) 거긴 아마 망한 것 같고요. ㅠㅠ

저도 온라인으로 커뮤니티를 만들까 하는 생각도 했었지만 두려워져서 포기했네요. 왜냐하면 퀴어 커뮤니티 내에서도 동성애자가 다수인 경우가 많으니, 나머지 다른 소수자가 소수여서 그 안에서 또 차별이 일어나거든요.트랜스혐오증, 양성애혐오증이 있기도 하고. 다른 성정체성에 대한 이해도 부족하고요. 특히 무성애자,범성애자, 다성애자, 에세머, 젠더퀴어에 대해서는 아는 사람도 별로 없고 말이죠. 저 역시 소수 중 소수이다보니 그런 차별들을 겪어야 했어요. 그런 차별하는 사람들도 싫었지만 그걸 그냥 지켜만 보는 사람들도 싫고 그랬어요. 아무도 차별에 대해서 나쁘다고 항의하지 않았어요. 자신들이 동성애자라고 받는 차별이 싫다고 호모포비아(동성애혐오자)들을 비판하면서 어째서 자신들은 그들과 똑같은 짓을 하고 있는건지 이해가 안 가더군요.

 

제가 커뮤니티를 만든다고 해도 또 다수와 소수의 대결구도로 흘러가게 될까봐 걱정이에요. 가끔씩 이성애자라는 말을 쓰는 시스젠더이면서 바닐라이고 유성애자인 동성애자를 보면 답답해지곤 했죠.(사실 동성애자라는 말 안에는 성적 끌림도 내포되어 있으므로 유성애자라고 쓸 필요는 없지만 강조를 위해서 일부러 한 번 더 썼습니다.) 이성애자 중에서 퀴어도 있는데 왜 하필 이성애자라고 하면서 비난하는 걸까? 하는 의문에 말이죠. 이성애자인 트랜스도 있을 수 있고 바이젠더인 이성애자도 있을 수 있고 이성애자는 아니지만 이성로맨틱 무성애자일 수도 있는건데 싸잡아서 비난 받는 건 좀 아니다 싶었거든요. 이런 일들이 있다보니 커뮤니티를 온라인에 만들기도 좀 두렵네요.같은 지역 커뮤니티를 만들면 사람들이 가입할지 어떨지도 잘 모르겠고요. 흠..


전 서울 사람들이 부러워요. 퀴어 관련 행사를 하면 지하철 타고 편하게 강의 들으러 갈 수 있잖아요. 그동안 강의 같은 행사에도 참여하고, 동성애자인권연대(동인련) 활동이 궁금해서 가볼까 하는 생각도 했었지만, 가는 일 자체가 장난이 아니에요. 인권 활동하면 수시로 사무실에 들락거려야할 것 같은데 그러질 못하니 섣불리 말하는 것도 그렇고. 동인련 홈페이지에서 일정을 볼 수 있지만 실제로 참여하는 거랑 느낌이 다를테니까요.


지방에선 퀴어바 자체를 찾는 것도 힘들어요. 한국은 퀴어 관련 행사뿐 아니라, 여러 가지 문화적인 것들이 서울에 편중되어 있어서 그런 점에서 지방에서 사는게 서러울 때가 많네요. 흔히 퀴퍼라고 하는 퀴어퍼레이드도 참여해보고 싶은데 조금 망설여져요. 가본 사람들 말로는 그다지 볼 건 없다는 말도 있고, 별로 볼 거 없는 걸 보러 돈과 시간을 투자하면서 가는 게 맞는 건지 이런 생각들이 들거든요. 누군가는 그것도 동성애자 중심이어서 소외되는 느낌이었다고 하기도 했고요.


서울에만 모든 행사와 문화시설이 집중되는 건 당연하다는 생각도 들어요. 한국 사람의 40%가 서울에 산다니까요. 하지만 씁쓸한 느낌이 드는건 어쩔 수 없네요.


그래서 동인련에서 이런 것에 대해서 다루는 게 무척 반가웠어요. 그 전까지 지방에 사는 퀴어에 대해서는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으니까요. 지방에도 인권연대 등이 만들어지면 좋겠어요.
글은 이 정도로 마칠게요. ㅎㅎ 지방에 사는 많은 퀴어분들께서 글을 보내드렸으면 좋겠군요.
화이팅입니다! 좋은 밤 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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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 번, 좋은 글 감사드리며 우리 구독자 분들의 자유로운 댓글과 여러 질문도 함께 받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