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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성소수자라서 행복하다 - ‘소수자라서 행복하다’ 김조광수 감독 강연회를 다녀와서

전국퀴어모여라 2015. 4. 29. 08:30

나도 성소수자라서 행복하다

- ‘소수자라서 행복하다’ 김조광수 감독 강연회를 다녀와서


L랫서(전남대학교 성소수자 동아리 Lights on Me)


4월 21일 5·18 기념문화센터에서 열린 ‘소수자라서 행복하다’ 강연 중, 김조광수 감독님이 말했다.

“동성애자는 반대와 찬성의 영역이 아니라 봐요. 그냥 존재하는 거죠. 난 장애를 반대해. 흑인을 반대해. 말이 안 되잖아요. 동성애자의 인권을 신장시키는 건 반대한다. 이건 인정이라 할 수 있지만, 동성애 자체를 반대한다, 이건 찬반으로 말 할게 아니에요.”

그 말에 숨을 삼켰다. 혼란스러웠던 청소년 시절, 동성애의 존재에 대해 의문을 가진 나의 시간들이 허황되게 느껴졌다. ‘왜 나는 동성을 사랑하지?’ ‘호르몬의 작용인가?’ ‘성경에서 인정하지 않는다고? 그럼 신은 왜 동성애를 만들었지?’ ‘왜, 왜, 왜?’ 동성애가 일반적인 사랑과 다르다고 생각했기에, 그 뿌리를 찾고자 몸부림 친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차후의 문제였다. 동성애 자체를 반대한다는 사람들에게 내 존재를 증명할 필요도 없었다. ‘동성애는 그냥 존재하는 것이다.’ 이것을 먼저 인정하고 나를 끌어안는 것, 그것이 정답이었다.

물론 저 말을 한 김조광수 감독님도 많은 방황을 했다고 한다. 15년간 성정체성을 반대했다. 어린 시절 처음 들은 ‘호모’(게이라는 단어는 대학생 때 알게 되었다고 한다)를 전염병이라 알고, 청소년 시기엔 호모병을 치료하기 위해 교회를 다녔다. 그것마저 실패해 대학생 때는 일부러 여자를 사귀었다. 그리고 30세 무렵, 동성애에 관한 여러 책들을 찾아보면서 새로운 것들을 알게 되었고, ‘아, 나는 사람들에게 인정해 달라고만 했지, 스스로 인정하지 않았구나. 동성애자로서 부끄럽지 않다고 생각할 때, 그 때 이해해 달라고 해야지’라고 다짐했다. 그리고 스스로를 인정하는 순간 행복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조신하게 한 손을 올리며 이야기 하는 김조광수 감독, 멋지다! 


잠시 내 이야기를 하자면, 15살은 혼란의 시기였다. 동성인 친구를 좋아하게 된 것이다. 동성애, 레즈비언이란 단어는 이미 알고 있었다. 그저 남들과 다른 것이,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게 될지가 두려웠다. 그래서 괜히 좋아하는 친구에게 서먹하게 굴고, 울기도 많이 울었다. 그렇게 1년 정도 지나서야, 차차 나의 성정체성을 인정하게 되었고, 동시에 답답함이 쑥하고 내려갔다. 처음으로 여자에 대한 이상형이 생기고, 동성의 연인을 만났다. 스스로가 허락한 행복한 시간들이 주어진 것이다.

  여기에 더불어 김조광수 감독님의 강연을 들으니, 성소수자에 관한 프라이드도 높아졌다. 은근히 숨어있던 행복들이 감독님의 긍정적 마인드로 빛을 발한 것이다. 예를 들면, “우린 사소한 것에 크게 감사하고 행복해한다” 이성애자에게 당연하지만 성소수자에겐 어려운 것이 많기에 생기는 장점이다. 우리는 친구에게 애인을 소개시켜주는 것조차 행복을 느낀다. “자아성찰을 깊게 한다” 성정체성과 관련하여 내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 매우 길다. 이때 나를 인정한다면, 외부를 탓하기보단 내 안을 먼저 들여다보고 치유하고자하는 자세를 몸으로 익힌다. 이런 사소한 행복을 나는 이미 느끼고 있었다.

성소수자들의 혁명가인 김조광수 감독님의 강연. 그 분은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히 꺼내어 우리의 위치를 각인시켜 주었고, 이성애자들에게는 우리의 존재에 대해 알렸다. 우리가 불행한 소수자가 아님을 강조했다. 만약 고민 많던 15살의 내가 이 분의 강연을 들었다면, 더 빨리 나를 보듬어주고 행복해지지 않았을까. 동성애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에 압박받고 방황하는 성소수자들에게 그 분의 이야기를 들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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